러 재무장관…"외국투자자 러 은행에 루블화·외화 계좌 개설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정부가 외국 투자자에 대한 자국 국채 원리금 상환에 천연가스 수출대금 결제 방식을 원용할 계획이라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자국 통화인 루블화 결제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자국 경제 전문지 '베도모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외국 수입업자의 러시아) 가스 대금 지급의 경우, 우리에게 외화가 들어오면 그것이 (수입업자의 요청으로) 러시아 내에서 루블화로 환전돼 결제가 이루어진다"면서 "외채 결제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방향은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리금을 지급받기 위해 외국 투자자들은 러시아 은행에 외화와 루블화 계좌를 모두 개설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가 서방의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은행에 루블화 계좌와 외화 계좌를 개설하면, 러시아 정부로부터 원리금을 루블화로 기탁받은 NSD가 이를 투자자의 루블화 계좌로 입금하고 곧이어 국채 표기상의 외화로 환전해 다시 투자자의 외화 계좌로 이체해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정부는 형식상 루블화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외국 투자자는 서방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은행 계좌에 입금된 외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결제는 러시아의 외채 결제기관인 국가예탁결제원(National Settlement Depository·NSD)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렇게 하면 서방 결제 시스템을 우회해서 원리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지난 4월 1일부터 도입한 천연가스 수출대금 루블화 결제 방식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안이다.
러시아는 자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외국 업체들에 자국 내 은행에 외화 계좌와 루블화 계좌를 개설토록 하고, 수입 업체가 외화계좌로 가스대금을 달러나 유로화 등으로 입금하면, 이를 루블로 환전한 뒤 루블화 계좌로 이체해지불하는 방식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가 러시아 정부가 제안한 원리금 상환 방식에 동의하더라도 러시아 은행에 입금될 외화가 외국 투자자 계좌로 제대로 송금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러시아가 국채 원리금을 미국 채권자들에게 상환할 수 있게 해 온 유예 조치를 이달 25일 이후론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 및 주요 은행, 국부펀드와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다만 미국 채권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이달 25일까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뒀었다.
이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러시아는 미국인 등 외국 투자자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됐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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