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 대치, 폭동 진압 경찰 투입…최루탄에 경고 사격까지
사고현장 찾은 고위관리 연설 시위로 중단…당국, 인터넷·통신 차단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남부 도시 아바단의 10층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후제스탄주(州) 아바단의 '메트로폴 빌딩' 붕괴 현장에서 시위대 수백 명과 경찰이 충돌했다.
현지 언론 매체들은 시위 현장에 '폭동 진압 경찰'이 투입됐으며, 도시 곳곳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경고 사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사고의 원인이 부실 공사와 이를 방치한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 형제를 죽인 자를 반드시 죽일 것"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아야톨라 모센 헤이다리 알레카시르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이 방문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명령으로 사고 장소를 찾은 알레카시르 위원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연설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이 큰소리로 구호를 계속 외치면서 연설은 중단됐다.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성난 시위대가 알레카시르 위원의 연설을 중계하던 국영방송 카메라를 공격하면서 생방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연일 시위가 이어지자 당국은 아바단 지역의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했다.
지난 23일 아바단 도심의 '메트로폴 빌딩'이 무너져 최소 80명이 매몰됐다.
사고 초기 사망자는 5명으로 집계됐으나, 이후 건물 잔해에서 시신 수습이 이어졌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30일 기준 사망자는 31명으로 집계됐다.
소방 당국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사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바단 시장 등 13명을 체포했다.
후제스탄주는 1980∼1988년 이라크와 전쟁을 치르면서 황폐해졌으나, 재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도인 아바단을 비롯한 도심에 안전에 문제가 있는 노후 건물이 많이 존재한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후제스탄주는 이란 내 소수인 아랍계와 수니파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이 지역에서는 분리주의 무장 조직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 지역에서 물 부족 사태에 분노한 주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일간 함샤리는 아바단 반정부 시위를 2개 아랍 부족이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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