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반 루이·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등…한국과 깊은 인연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추기경에 '지한파' 성직자가 다수 포함돼 관심을 끈다.
우선 한국에서 20년간 선교 활동을 한 벨기에 출신 루카스 반 루이(한국명 윤선규 루카·80) 대주교가 눈에 띈다.
살레시오회 소속인 그는 1964년부터 1984년까지 한국에서 선교사로 일한 인연으로 한국과 한국민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선교사 소명을 마치고 고국을 돌아간 이후에도 자주 한국을 찾아 선교 활동 당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우정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의 살레시오회 부총장과 고국 벨기에의 헨트 교구장을 역임하고서 2019년 은퇴했다가 이번에 다시 추기경으로 부름을 받았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지목구장인 조르조 마렌고(47·이탈리아) 신임 추기경도 한국과 인연이 깊다.
지목구는 선교지에 설립되는 지역 교회 조직의 첫 단계로 정식 교구는 아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지목구에서 추기경이 배출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는 말도 나온다.
교황청은 1991년 몽골과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서 2002년 울란바토르 지목구를 설정했다.
2003년부터 몽골에서 선교 활동을 해온 마렌고 추기경은 초대 지목장인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가 병마로 갑자기 선종하면서 2020년 4월 2대 지목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주한 교황대사의 겸임국가이기도 한 몽골에서 활동하며 한국천주교계 인사와 깊은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함께 비레타(추기경이 착용하는 진홍색의 전통 각모자)를 쓰게 된 유흥식 라자로(70) 추기경의 원소속 교구인 대전교구 사제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대전교구는 이준화·김성현 신부 등을 몽골에 선교사로 파견하고 선교 자금을 지원하는 등 오랜 기간 울란바토르 지목구의 든든한 후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꼰솔라타 선교수도회 소속인 마렌고 추기경은 지난달에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수도회 한국본원 방문을 계기로 한국을 찾아 인천교구 내 성모 순례지를 순례하고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를 만나 환담했다.
로마의 한 사제는 "유흥식 대주교가 추기경이 되신 것도 한국천주교회의 큰 경사이지만 여러 지한파 성직자가 추기경단에 속하게 된 것도 작지 않은 축복"이라며 "이들은 장차 교황청 내외에 한국천주교회를 널리 알리고 그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짚었다.
이번에 새로 추기경이 된 21명 가운데 아시아 국가 출신이거나 아시아 국가에서 선교 활동한 성직자는 총 6명으로 유럽(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가별로는 인도 2명, 한국·몽골·싱가포르·동티모르에서 1명씩이다.
몽골 외에 싱가포르·동티모르도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했다. 가톨릭 변방 국가의 성직자들을 대거 중용한 것으로, 그동안 소외돼온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교황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교황은 지난번에도 파푸아뉴기니·라오스 등에서 사상 첫 추기경을 임명해 교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완전한 독립을 이룬 동티모르는 한국천주교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로 이곳에서의 첫 추기경 배출이 한국교계에 주는 의미도 작지 않다.
동티모르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일부인 한국 상록수부대가 주둔·활동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천주교회도 선교사 파견과 의료 봉사, 자금 지원 등으로 현지 사목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동티모르 첫 추기경으로 기록된 비르질리오 도 카르모 다 실바 대주교 역시 한국천주교회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2020년 한국을 방문한 그는 당시 서울대교구장이던 염수정 안드레아(78) 추기경을 예방해 동티모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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