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서작업 방해" 청원에 "고유 문자·숫자 누가 버리냐" 반박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다른 나라처럼 공문서에는 태국어 숫자가 아닌 아라비아 숫자를 씁시다"
"태국다움을 상징하는 태국어 숫자를 버릴 순 없다."
태국에서 난데없는 태국어 숫자 논란이 일고 있다.
태국 고유의 태국어 숫자 표기가 있는데, 공문서만이라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로 바꾸자는 청원이 나오며 논란이 일자 부총리까지 나선 것이다.
지난주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에 올라온 이 청원에서 청원인은 태국 고유의 숫자를 사용할 경우, 디지털 문서를 처리하는 데 방해를 받는다면서 공문서에는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국 숫자가 너무 비슷하다. 시스템에 쉽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나라도 고유의 언어나 숫자를 없애지 않았다"면서 반대하는 댓글도 달렸다.
31일 오전 현재 이 청원에는 3천200여명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팔랑루암프라차찻타이당 소속의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 태국어 문자와 숫자는 람캄행 대왕이 만든 것으로 태국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현지 매체 네이션은 전했다.
그러자 경제학자인 사리니 아치바눈타꾼은 SNS에 "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통적인 고유 숫자를 사용하는 곳"이라고 지적한 뒤, 태국어 숫자 7과 9가 헷갈려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면서 청원을 지지했다.
정부 법률문제를 총괄하는 위사누 크루어-응암 부총리는 해당 청원이 전반적으로 태국어 숫자를 사용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고 본다면서, 태국어 숫자가 온라인상에서 읽기가 항상 쉬운 건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 문서에 아라비아 숫자를 채택하는 것은 허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위사누 부총리는 공문서나 학교 교과서처럼 출력물로 된 필수 서류들은 태국어가 공용어이기 때문에 태국어 숫자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식 문서에 불기(佛紀) 대신 서기(西紀)를 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우리 입장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태국은 불교가 국교인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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