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커질라"…서방, 우크라에 중화기 지원 '멈칫'

입력 2022-05-31 16:27   수정 2022-05-31 16:29

"전쟁 커질라"…서방, 우크라에 중화기 지원 '멈칫'
러시아 잇단 경고 속 미·독 중화기 지원 유보
우크라이나 반격하면서 러 영토 공격 가능성 우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장거리포 등 중화기를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은 확전을 우려해 지원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영토까지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장거리 로켓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에 사정거리 수백 ㎞에 달하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함에 따라 미국은 이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국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로켓시스템을 제공할 경우 사거리와 파괴력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던 터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수천 기의 이동식 스팅어 대공미사일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그리고 각종 야포와 드론 등을 제공했다.
미국 의회는 40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법안을 가결했다.
미국은 그러나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는 설정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러시아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의 이런 결정은 영국의 무기 지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적극적인 영국은 장거리 로켓시스템 제공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이 MLRS 지원을 유보한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독일은 중화기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독일 정부는 분쟁 지역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에 자주포-2000 7대, 게파르트 장갑대공포 50대, 마르더 장갑차 100대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중화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았다.
미국 등 서방은 개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전투기 지원도 거부하고 있다.
서방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동맹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못하고 개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에 의존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이처럼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 제공에 과감히 나서지 못하는 것은 러시아 측의 강력한 경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자국 타스통신과 회견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확전을 초래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하지 말 것을 재차 경고했다.
그러면서 서방의 중화기 지원은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서방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러시아와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려 한다.
더욱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반격에 나서는 과정에서 러시아 영토까지 공격할 가능성도 있어 중화기 제공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러시아는 점령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자국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간주해 이를 빌미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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