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와 공항들이 팬데믹 기간 인력을 과도하게 줄인 탓"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에서 여름 여행철이 본격 시작되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미국 현충일·5월 30일) 연휴 기간 전 세계에서 7천건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해 여행객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BS 방송은 30일(현지시간)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가 집계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11시 52분 사이 1천634건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주말인 28일과 휴일인 29일에는 각각 1천500건과 1천640건이 결항했다. 27일에도 2천300건의 항공편이 활주로에서 뜨지 못했다.
CBS는 "30일 결항한 1천634편 가운데 400여편 이상이 미국에서 출발하거나 미국에 들어오는 항공편이었다"면서 "특히 델타항공은 이날 하루 동안만 133편의 운항을 취소해 결항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이는 델타항공이 이날 운항하기로 했던 전체 항공편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델타항공은 기상 악화와 항공교통관제 조처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이 항공사의 앨리슨 오스밴드 고객 담당 최고책임자는 "기상과 항공교통관제, 거래처 인력 상황,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근 증가 등 어느 때보다 다양한 요인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델타항공은 앞서 이달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7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미국과 남미 일부 지역에서 매일 약 100편의 운항을 축소한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이밖에 아메리칸항공(AA)도 30일 오후 121편의 운항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미국 항공사와 여행업계는 올여름 대규모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해 왔다. 그동안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람이 여행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본격화하자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이 결근하는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행 수요 급증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수준으로 인력 상황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 관련 연휴(6월 2~5일)를 앞둔 영국에서도 일부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결항하면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28~29일 영국 각지의 공항에서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속출했다. 휴가객들이 몰리면서 브리스틀과 맨체스터, 개트윅 등 주요 공항에는 이례적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남유럽 등 여타 지역에서 영국으로 귀국하려는 이들도 거듭 출발 시간이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전문가들은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런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부는 항공사와 공항에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영국 정부 내 소식통은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부로부터 수십억 파운드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항공사와 공항들이 팬데믹 기간 인력을 과도하게 줄인 탓"이라면서 "예약이 급증할 거란 건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상황이고 적정한 인력 수준을 유지할 책임은 항공사와 공항들에 있다"고 비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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