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은 중국이 아프리카의 대서양이나 인도양 연안에 제2의 군사 기지를 건설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전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군사 기지 건설 계획을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앞서 2017년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세울 때도 2016년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해군 기지를 대서양에 접한 중앙아프리카 소국 적도기니의 항구도시 바타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타에는 이미 중국이 건설한 상업 항구가 있으며, 인접 국가인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내륙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도 갖췄다.
이 때문에 중국 전문가들은 바타의 군사 기지가 상업과 정치적 목적을 통합하는 중국식 모델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당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군사기지 건설 계획 보도는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적도기니와 함께 나미비아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대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의 폴 난툴랴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해운회사들이 앙골라,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이미 주요 항구를 건설했거나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의 인도양 해안에서는 케냐, 탄자니아, 지부티, 섬나라 세이셸의 항구가 중국 군함을 정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난툴랴 연구원은 중국이 지부티 기지에 2천명의 병력을 영구 주둔시키고 있으며 "항공모함을 정박시킬 수 있는 부두를 완성해 서태평양 너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인민해방군을 세계 수준의 군대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난툴랴 연구원은 "이를 위해서는 해양 전략 거점, 즉 물류 혹은 군사 기지 역량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국영기업 2천∼3천개를 포함해 1만개 이상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투자가 증가하고 군사 협력 협정이 체결되면 중국은 향후 7년에서 15년 사이에 더 많은 군사 기지를 아프리카에 건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은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해군 시설을 짓는 것"이라며 중국의 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적도기니를 꼽았다.
노팅엄대 말레이시아 캠퍼스의 벤자민 바튼 부교수는 중국의 제2 군사기지 계획은 미국과 인도, 다른 일부 서방 국가들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가 새로운 기지의 필요성을 어떻게 정당화하려고 하든 간에 중국의 움직임은 현재 세계 질서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 칼라브레세 아메리칸대 중동아시아 프로젝트 책임자는 "중국의 새로운 아프리카 기지는 중국이 자국이 지배하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경제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이나 주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새로운 중국 기지도 결국에는 대서양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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