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정부가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3년 연속 불허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에서 어떤 공공 활동이든 목적과 관계없이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어떤 모임이든 많은 법적 요구사항이 있다. 국가보안법이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제약이 있다. 장소의 문제 또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가 열려온 빅토리아 파크에 모이는 사람들이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인지, 개인적으로 추모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레드 라인'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람 장관이 톈안먼 촛불집회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들먹였지만, 중국이 제정한 해당 법의 어느 항목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의 집회를 제한하는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한다.
중국 당·정은 이후 톈안먼 사태를 '반혁명 폭동'으로 규정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톈안먼 사태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있다.
반면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파크에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가 주최한 톈안먼 추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많게는 수십만명이 참가한 촛불집회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였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2020년부터 3년 연속 6월 4일 저녁 빅토리아 파크 촛불 집회를 불허했다.
2020년에는 그럼에도 촛불집회가 열리자 당국은 지난해에는 경찰을 대규모 배치해 빅토리아 파크를 아예 봉쇄해버리고 인근 지역도 통제해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회가 열리지 못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촛불을 들어 올리며 당국의 결정에 저항했다.
이에 당국은 2020년과 2021년 빅토리아 파크 촛불집회를 조직하거나 선동한 혐의로 민주 진영 정치인과 활동가들을 줄줄이 체포해 기소했고, 지련회는 당국의 압박 속에 지난해 9월 해산했다.
이후 지난해 말 홍콩대 등은 교내에 설치돼 있던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물을 철거했고 당국은 지련회가 온·오프라인에 축적해온 역사적 자료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천주교 홍콩교구는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우려로 올해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미사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추모 행사의 명맥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
지난 30일 밤 야우마테이의 워드메모리얼 감리교회는 톈안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예배를 진행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해당 예배 안내 포스터에는 "매년 5월과 6월 우리는 모국이 경험한 파도와 폭풍에 대해 생각한다. 100여년 전 5·4운동이든 30여년 전 6월4일 사건이든 그 일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고 적혀있다.
연틴야우 목사는 SCMP에 "중국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어떻게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는가?"라며 "(톈안먼 희생자를 위한) 추모 예배가 올해가 마지막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6월4일'이라는 말을 걷어낸 채 언제나 중국의 시민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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