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집요한 러 초토화 전술, 돈바스 넘어 계속될 듯"

입력 2022-06-01 16:44  

"느리지만 집요한 러 초토화 전술, 돈바스 넘어 계속될 듯"
"러 공격, 일관성 띠기 시작"…우크라 반격도 만만치 않아
"양측 모두 지치지 않았다…'결정적 일격' 능력도 둘 다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아우르는 지역)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투 방식을 보면 앞으로의 전쟁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지만 집요한 공격으로 한 지역을 초토화하며 전진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482㎞에 이르는 긴 전선을 유지한 채 특히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 집중하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군의 주 보급로가 지나는 곳으로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함락하면 우크라이나는 루한스크로의 보급이 막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전술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펼쳐지던 속도전이 아닌 소규모 지역에 병력을 집중하며 끊임없는 물량 공세를 펼치는 장기전 체제에 들어선 상태다.
러시아의 군대와 장비 다수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국경 도시 쿠르스크에 집결한 뒤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수미로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쿠피얀스크에서는 군대와 장비를 쉽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철도와 교량을 재건하고 있으며 남부 헤르손에서는 방어를 위한 요새화를 진행하면서 보급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마이클 클라크는 최근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거의 백일 간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공격은 전략적으로 현명하거나 지속 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일관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 역시 거세다. 러시아의 병력 집중에도 여전히 세베로도네츠크 함락을 저지하고 있으며 제2의 도시 하르키우는 탈환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에서도 제한적이지만 반격을 가하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탈환하면 남부 지역과 주요 해안선을 통제할 수 있어 돈바스 점령을 넘어 더 서진하려는 러시아의 야욕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 서쪽에 흐르는 시베르스키 도네츠강을 장벽으로 삼아 러시아의 서진을 막을 수 있다. 이미 러시아군은 시베르스키 도네츠강을 건너려다 우크라이나 포병의 집중 표적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양쪽의 전력 소모가 어느 정도이며 러시아의 추가 공세와 우크라이나의 방어·반격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퇴역 장성 출신 현대전 연구자인 믹 라이언도 트위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수백 어쩌면 수천명의 군사와 장비를 잃었음에도 두 나라 모두 지치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많은 인력과 장비를 비축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도 국경을 넘어 대량의 군사 원조가 흘러 들어오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느 쪽도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의 진격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특히 러시아군은 다른 전선을 희생하면서도 계속해서 세베로도네츠크에 집중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진격 속도를 올리지는 못할 것 같다"고 관측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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