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탓 곡물 절반 수출막혀…세계식량위기 촉발"

입력 2022-06-02 09:45   수정 2022-06-02 09:51

우크라 "러시아탓 곡물 절반 수출막혀…세계식량위기 촉발"
총리 WSJ 인터뷰…유엔에 곡물선박 보호 촉구
"해결책 못찾으면 지구촌 식량위기 올해 넘어 지속"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함으로써 고의로 세계 식량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총리가 주장했다.
그는 당장 곡물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이상의 국제 사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슈미갈 총리는 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가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곡물 수출 문제를 언급하고, 유엔에 곡물을 실어나르는 선적 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슈미갈 총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올해는 물론, 앞으로 많은 국가에서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수확이 시작돼 3천만t의 옥수수와 밀, 해바라기 오일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쟁 탓에 주요 곡물 수출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올해 수출량은 수확량의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슈미갈 총리는 내다봤다.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전쟁을 일으킨 이후 우크라이나 경제에 필수적인 항구와 기반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아왔다. 이 때문에 매일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곡물을 수출하는 흑해의 경우 제 기능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점령당하면서 항구는 친러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손아귀에 들어갔다.
슈미갈 총리는 이로 인한 식량 위기는 러시아의 의도적인 목표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완전 고의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한 관리는 1일 서방이 제재를 해제하면 봉쇄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를 일축했다.
슈미갈 총리는 단기간에 이 위기를 풀 수 방법이 거의 없다며 인접한 유럽연합(EU) 내 대부분의 항구는 우크라이나가 취급해온 곡물량을 수출할 규모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트국가들의 항구는 규모가 훨씬 크지만 폴란드를 통해 육로로 곡물을 옮기려면 크레인으로 화물을 다시 옮겨 실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유엔은 벨라루스를 통해 발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절했다고 그는 밝혔다. 벨라루스는 러시아 우방이다.
군함이 포함된 국제 구호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선박을 보호해 인도하는 방안도 있지만, 러시아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슈미갈 총리는 그러나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곡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이상으로 국제 사회 지원이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동부 진격에 대응하기 위한 대함, 대전차 로켓, 미국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 수백 개의 포탄 등 중무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낙관한다. 물리적으로 기술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국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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