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투자청, 인수 7년 만에 매각…주식대금보다 큰 규모 유상증자 조건
글로벌세아 계열사와 해외 건설 등 시너지 기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쌍용건설의 주인이 두바이투자청에서 세계 최대 의류제조판매 기업인 글로벌세아(GLOBAL SAE-A) 그룹으로 바뀐다.
두바이투자청은 2015년 쌍용건설을 인수한 뒤 7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2일 인수합병(M&A) 업계와 쌍용건설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 최대 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인수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세계 최대 의류 제조·판매기업인 세아상역을 주축으로 한 회사로, 지난해 매출은 4조2천억원 규모다.
업계 1위의 종합제지업체인 태림페이퍼, 글로벌 EPC 전문 기업인 세아STX 엔테크,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발맥스기술 등 1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두바이투자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계열사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으며, 이번에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한 글로벌세아그룹 측에 쌍용건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투자청은 글로벌세아그룹에 쌍용건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주식매매대금보다 큰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약 두 달 가량의 실사를 거쳐 7∼8월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실사가 남아 있어 주식매매 금액과 유상증자 규모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10개국에 현지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이 보유한 약 7조원 규모의 수주잔고에 더해 글로벌 인지도와 시공 경험, 기술력을 활용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그룹의 유통 등 관련 건설공사와 주택·호텔 사업, 수소에너지와 플랜트 등 미래 사업 진출과 다양한 해외 개발사업 추진에서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세아그룹이 진출한 중남미 국가 등지의 발전과 철도,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은 물론 도시개발사업에도 다양한 재원과 투자방식을 도입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아STX엔테크 등 계열사와의 플랜트 부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세아그룹이 2025년까지 섬유·패션, 건설(제지·포장), F&B 다이닝 등을 주축으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비전 2025' 계획을 수립한 가운데 이번 쌍용건설 인수가 목표 달성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 쌍용그룹 해체 이후 2002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관리를 받았던 쌍용건설은 2015년 두바이투자청에 매각됐다.
이후 두바이에서만 9건, 약 23억달러(약 2조7천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행하는 등 해외 공사에서 시너지를 기대했으나 두바이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해외 건축공사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1조4천17억원이며 해외 건축 부문 등에서 1천1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는 30위다.
쌍용건설 측은 차입금(3월 기준 약 800억원대)이 적고, 우발 채무가 없어 이번 매각이 성공해 유상증자를 받게 되면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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