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채 경과이자 23억여원 미납…디폴트로 번질 가능성"(종합)

입력 2022-06-02 18:27  

"러시아, 국채 경과이자 23억여원 미납…디폴트로 번질 가능성"(종합)
러 재무부 "외국 중개기관 불법행동 때문…문제 해결 준비돼"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국 등의 제재로 외화 국채 원리금 상환 길이 막히면서 디폴트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가 190만달러(약 23억7천만원) 상당의 국채 이자를 미납해 '신용 사건'이 발생했다는 판정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관할하는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러시아가 국채에 대한 경과이자(이자지급일이 지난 후 경과 일수에 따라 추가로 정해지는 이자) 190만달러를 미납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은 러시아가 4월 4일 만기 국채에 대해 5월 2일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추가 이자 190만달러가 발생한 데 대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후 원리금을 상환했지만 경과이자 지급을 빼먹었다.
CDDC는 파산이나 지급 불능 등 신용위험 사건의 발생 여부를 판정하는 국제 기관으로, 신용부도스와프 계약상 보증 절차를 진행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CDDC는 경과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신용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표결에 맡겼고, 위원회 소속 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 등 12개 금융기관이 '그렇다'고 판단한 반면 씨티은행만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CDDC는 이날 회의에서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밝히지 않았고, 6일 다시 회의를 열어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이자 미지급액은 상대적으로 소액이지만, 이로 인해 러시아의 모든 미지급 CDS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촉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보상금 규모가 경매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지만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이달 말 기준 CDS가 커버하는 러시아 국채 규모가 15억달러(약 1조8천8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재무부는 2일 보도문을 통해 2022년 4월 4일 만기 국채 경과이자 미납은 외국 금융 중개기관의 불법적인 원리금 상환 지연 때문에 발생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파트너인 외국 기관들의 비양심적인 국채 상환 업무 이행으로, 자금이 (국채) 발생 문서에 규정된 날짜 이후에 투자자들에게 도달했다"고 원리금 상환 지연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문제가 전적으로 외국 중개기관의 불법적 행동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무부는 (문제를) 검토해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투자자들과) 양자 차원에서 2022년 만기 국채 의무 전면 이행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이어 2023·2028·2042·2043년 만기 러시아 국채 결제기능이 외국 중개기관에서 러시아의 외채 결제기관인 국가예탁결제원(National Settlement Depository·NSD)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외채 원리금 상환을 허용해왔던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으며, 러시아는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 변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러시아가 외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던 것은 100여 년 전으로, 사회주의 혁명 시기인 1918년 혁명 주도 세력인 볼셰비키는 차르(황제) 체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러시아의 1998년 디폴트는 외채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발생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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