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진단…냉전기 구축된 핵통제 점점 불안
미·러 군축논의 중단…중·북 핵무장 강화 가속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중국과 북한 등이 핵무장을 강화하면서 냉전 시대에 구축된 핵무기 통제 체제가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의 실전 배치 핵탄두를 각각 1천550개로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이 2026년 만료하지만,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대치하면서 새 핵 군축 협정에 대한 논의가 중단됐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026년 전에 양국이 대화를 재개할 전망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은 전략핵무기와 달리 그 사용을 규제하는 협약이 없으며 운송이 간편해 사각지대에 있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예의주시한다.
전문가들은 전략핵보다 파괴력이 약한 전술핵이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어 러시아가 전술핵은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러시아군은 적을 겁을 줘 물러나게 하기 위해 재래식에서 핵무기로 전환하는 전략을 모의 훈련한다. 러시아군 교리는 이를 "위협 저감을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이라 부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1일 NYT 기고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그 어떤 규모의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제재나 외교적 노력일 가능성이 크고, 군사적 대응을 한다면 재래식 수준이지 핵무기까지 포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핵 전문가를 지낸 존 울프스탈은 "똑같이 대응하면 도덕적 우위를 상실하고 국제사회의 단합을 끌어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울프스탈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모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비(非)핵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모의 전쟁은 당시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이었던 애브릴 헤인스 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실행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국가들은 핵무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은 '최소한의 억제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수십 년간 수백 개의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작년 여름에는 사막에 수백 개의 새로운 핵미사일 지하 격납고를 건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최소' 1천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계획이라고 평가한다.
찰스 리처드 미국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지난달 4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핵 강압을 미래(분쟁)에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중국의 의도는 2027년 또는 더 이른 시기에 대만을 재통합하는 데 필요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계속 새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북핵 위협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1990년대 핵무기를 포기한 게 실수라는 시각도 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JCPOA)를 탈퇴한 이후 핵무기 시설 상당 부분을 재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에 따르면 이제 이란은 핵탄두 생산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핵무기에 필요한 연료는 수주 내로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냉전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핵보유국들이 핵 무력 사용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제2의 '핵무기 시대'가 도래했다고 우려한다.
국제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국가 간 대화가 거의 없다"며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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