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메뉴가격 직접 인상보다 수수료 부과 더 잘 받아들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와, 이젠 식당에서도 수수료를 받는 건가?"
지난 4월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에 사는 리지 스티븐슨은 '로마노의 마카로니 그릴'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마치고 계산서를 받았을 때 어리둥절했다.
'임시 인플레이션 수수료'라는 명목의 금액이 적혀 있어서다. 그는 지갑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임시 인플레이션 수수료'가 무엇인지를 검색해야 했다.
수수료는 2달러에 불과했지만, 안 그래도 물가 상승에 짜증이 난 그에게 수수료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셈이었다.
그의 집주인이 바로 한 달 전 월 임대료를 150달러(약 18만6천원) 올렸고, 그는 소득을 조금이라도 늘릴 요량으로 파트타임 임시직을 막 구한 상황이었다.
이 식당은 홈페이지에서 이 수수료와 관련해 "거시경제적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일시적인 2달러 수수료를 추가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당들이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대신 이같이 새로운 수수료를 추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식당 체인 '록 엘름 태번'은 고객들에게 '건강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음식값의 3%를 부과하고 있다.
이 체인점은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이 시작하기 전에 주당 25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주려고 이 수수료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일손이 부족한 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고 록 엘름 태번 운영자는 설명했다.
보스턴의 해산물 식당 '솔티 걸'은 팬데믹 초기 '주방 감사 수수료'를 추가했다. 직원들이 일터로 복귀하도록 종용하기 위해서였다. 이 수수료를 받아 직원 1인에게 시간당 5달러를 더 주고 있다.
판매정보시스템(POS·포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라이트스피드'가 자사 고객 식당 6천 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4월에서 올 4월 사이 서비스 수수료를 추가한 식당이 36.4% 늘었다.
이런 관행은 과자 업체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무게, 수량, 크기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유사하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고객들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수수료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고객들은 노골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이런 추가 수수료를 더 잘 수용하는 편이라고 WSJ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예컨대 한 식당은 대표 메뉴인 샌드위치의 가격을 인상했다가 해당 매출이 6% 감소했다. '솔티 걸' 소유주도 수수료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음식점만 이런 수수료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업체 '카드X'에 따르면 건설 시공업체와 변호사들도 카드 결제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부과하고 있었다.
지난 4월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한 바 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