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압력, 불안정한 유가에 화석연료 투자 줄어 에너지가격↑"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전세계가 1970∼1980년 초반에 겪었던 '오일 쇼크' 수준 또는 이보다 더한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CNN 비즈니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대비 52%나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사이 거의 3배가 됐다.
그나마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미국은 나은 편이다.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공장이 문을 닫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이번 겨울 가스 배급제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CNN비즈니스는 이 같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부족을 탓할 수도 있지만 전쟁이 에너지 위기를 앞당겼을 뿐이며 예고됐던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 동안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감한 상태에서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석유·가스 분야에 대한 투자는 3천410억 달러(약 424조원)였다. 이는 팬데믹 이전 5천250억 달러(약 652조원)보다 23% 적고 최고치였던 2014년 7천억 달러(약 869조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 매체는 "화석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은 이 분야에 투자하지 말라는 정부·시민단체의 압력과 화석 연료의 불안정한 미래, 수년간 변덕스러운 유가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상품 책임자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이 매체에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이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공급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라도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될 것 같지만 에너지 증산으로 이어질 때까진 수년이 걸려 이제 막 시작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CNN 비즈니스는 전망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독일 주간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석유 대란과 가스 대란, 전력 대란을 한꺼번에 겪고 있다"며 "이번 위기는 1970∼198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크고 아마 더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 쇼크는 1970년대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원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제4차 중동전쟁과 이란 혁명,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등으로 공급은 부족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졌던 사건이다.
CNN비즈니스는 지금이라도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셉 맥모니글 IEF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가 투자자에게 화석 연료에 투자해도 괜찮으며 오히려 세계 경제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에너지 고문이었던 제이슨 보르도프도 "기후 위기에만 집중하면 물가 급등과 사회 불안으로 이어져 오히려 기후 행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적 방법도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거나 이란 핵협상 복원, 산유국의 증산 합의 등은 공급 부족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CNN비즈니스는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 에너지 수요가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에너지 위기도 가라앉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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