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폰없' 망언 부른 PC 플레이 지원…게임플레이 더욱 단순화
이달 3일 발매 직후 한국 포함 40개국에서 1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님들은 폰도 없나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
블리자드의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이하 이모탈)은 2018년 11월 블리즈컨에서 발표될 당시부터 디아블로 팬들에게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개발자 와이엇 쳉은 이 게임을 소개하면서 PC 플레이를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가 팬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자, 분위기를 무마해 보려고 "님들은 폰도 없나요?"라는 망언(妄言)을 했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사랑하던 PC 게이머들의 애타는 마음을 깔보는 저 한 마디에 팬들의 실망감은 블리자드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고, 지금까지도 '님폰없'이라는 밈으로 회자된다.
팬들의 이런 실망감에는 그간 명품 PC 게임을 만들어오던 블리자드가 유서 깊은 디아블로 IP로 그저 그런 양산형 모바일 RPG를 내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었다. 이 게임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첫 모바일 게임이다.
◇ 모바일 MMORPG 표준 된 '자동전투' 없어…손맛 강조한 전투 호평
그러나 공개 초기의 부정적인 전망이 무색하게, 이 게임이 발매되고 나서는 국내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의외의 호평이 나오고 있다.
이모탈은 지난 3일 발매 직후 국내 앱마켓(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을 포함해 40개국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일단 '님폰없' 밈의 단초가 된 PC 플레이는 결국 지원하는 것으로 됐다.
이모탈은 크로스 플랫폼이 대세가 된 현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에 맞게 모바일뿐만 아니라 PC에서도 같은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다.
원판이 모바일 게임인 만큼 UI가 완벽하게 PC에 최적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마우스와 키보드 또는 게임패드로 플레이하기엔 충분하다.
이모탈에는 국산 모바일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MMORPG)에서는 당연하게 지원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자동전투'가 없다.
목표 지점까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이동하는 자동이동 기능도 처음 하는 퀘스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사실상 '보는 게임'이나 다름없던 자동전투 MMORPG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당황할 수 있지만, 그만큼 몰려드는 적들을 스킬로 쓸어 버리고 아이템을 얻는 '손맛'이 살아 있다.
화면 그래픽과 효과음도 디아블로 3만큼은 아니지만, 체감상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 단순해진 게임성, 그러나 단순하지 않은 현금 결제 요소
디아블로 3(2012년 출시)는 전작 디아블로 2(2000년 출시)보다 훨씬 단순해진 게임이었다. 스킬트리와 능력치를 고민하면서 찍을 필요도 없었고, 퀘스트도 지도의 표시만 따라가면 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 출시된 이모탈은 디아블로 3보다도 더욱 단순해졌다. 스킬 사용에 필요한 '마나' 같은 자원이 없이 쿨타임만 돌아오면 무한정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포션도 적을 잡으면 알아서 충전된다.
다양한 버프·생존기가 존재하던 디아블로 3과 달리 스킬 대부분이 직접 적을 공격하는 기술이고, 오직 5개만 세팅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게임처럼 들리지만, 이모탈이 추구하는 유료 결제 모델은 녹록잖다.
후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스펙'을 갖추려면 장비에 박아야 하는 '전설 보석'을 여러 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설 보석의 최대 레벨은 1성·2성·5성으로 나뉘고, 각각의 보석은 별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 보석 레벨을 올리려면 다른 전설 보석 여러 개를 재료로 소모해야 한다.
전설 보석을 얻으려면 '태고 균열'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는데, 입장할 때는 무료로 주어지는 '희귀 문장'과 '전설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
희귀 문장을 쓰면 5%의 낮은 확률로 1성 전설 보석을 얻을 수 있을 뿐이지만, 개당 2천400원 꼴인 전설 문장을 사용하면 확정적으로 전설 보석 하나가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고 등급 보석인 5성 보석이 나올 확률은 4.5%에 불과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룬을 모아 무작위 전설 보석과 교환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5성 보석이 나올 확률은 동일하다.
원하는 보석을 얻으려면 장시간 반복 플레이를 하거나, 상당한 금액을 '전설 문장' 구매에 투자해야 한다.
◇ 신작 게임 홍수 속 유저들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까
오랜만에 나온 디아블로 IP의 신작인 만큼, 이모탈의 흥행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든 콘텐츠가 '사냥→스펙 상승→더 강한 적 사냥'으로 귀결되는 장르의 특성상, 자칫하면 쉽게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한 모바일 MMORPG 게임 시장에서, 특히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을지는 블리자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블리자드가 준비한 디아블로 시리즈는 이모탈이 끝은 아니다.
이모탈 공개 초기 싸늘한 반응에 화들짝 놀란 블리자드는 이듬해 신작 발표회에서 개발 중인 디아블로 4를 공개했다.
디아블로 4의 발매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벌어진 성 추문 사태의 여파로 핵심 개발진 일부가 교체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아무리 이르더라도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모탈은 신작을 기다리는 동안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선택지일 것으로 보인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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