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탈피→군비증강 급선회…기존헌법 어길 정도 부채 감수
'GDP 2%' 나토 기준 근접…미·중 이어 국방지출 글로벌 넘버3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독일이 군 현대화에 100조원 넘게 추가로 투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그동안의 군축 움직임에서 탈피, 군사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 연방 하원은 1천억유로(약 134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이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사흘 후에 올라프 숄츠 총리가 밝힌 계획 내용이다. 당시 숄츠 총리는 이번 전쟁이 독일과 전 세계에 분기점이라며 "믿을 수 있는 강력하고 최첨단의 혁신 군대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금은 냉전 종식 후 사실상 방치상태에 있던 독일군의 재건을 위해 수년에 걸쳐 약 500억유로의 정규 국방예산을 충당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구체적인 지출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이미 구매 계획을 밝힌 미국 F-35 전투기와 치누크(CH-47F) 헬기에 상당액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번 기금 확보로 독일은 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약속한 대로 2024년까지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가 된다.
당초 독일이 나토의 국방지출 기준을 맞추려면 부담스러울 수준의 증액이 필요하다며 2031년을 달성 시기로 제시한 바 있다.
독일은 국방비를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에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독일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은 1.53%였다.
독일은 이번 기금 조성을 위해 부채와 관련한 헌법을 개정했다.
기금 마련을 위해선 추가채권 발행이 필요한데, 독일은 부채조달 규모를 GDP의 최대 0.35%로 제한하는 엄격한 규정인 '채무 제동'을 두고 있다. 이에 의회는 헌법을 바꿔 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헌법 개정에 필요한 의회 3분의 2 찬성을 얻으려면 야당의 지지가 필요한데, 독일 정부와 야당은 장시간 협의 끝에 지난달 말 이에 합의했다.
이날 투표를 앞두고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안보는 대가를 치른다"며 "독일은 군사적 수단을 통해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 기금으로 앞서 계획했던 2031년이 아닌 2025년에 방탄복, 새로운 무선 장비, 야간 투시경 등에 대한 보급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외무장관은 독일이 나토와 유럽의 동맹국들에 군대를 증강할 의무가 있다며 "유럽이 우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있겠다고 했던 그곳에 서 있다"고 했다.
이날 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천390억유로(약 186조원)의 예산안도 통과시켰다.
이 예산은 3년 연속 채무제동 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가정,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하원은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9.82유로(1만3천원)에서 12유로(1만6천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숄츠 총리와 소속 사회민주당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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