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단속국장 "경험 살려 범죄 퇴치에 기여할 수 있어"
경찰청장, 인권단체 향해 "범죄자 옹호하고 경찰관은 외면" 비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자신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유력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4일 일간 필리핀 스타에 따르면 필리핀 마약단속국(PDEA)의 윌킨스 빌라누에바 국장은 이틀전 언론 간담회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차기 마르코스 정부에서 마약 범죄 대응과 관련해 자문역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빌라누에바 국장은 "두테르테가 이달 30일 퇴임한 뒤에도 마약과의 전쟁에서 터득한 경험을 살려 범죄 퇴치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시절의 마약 범죄 소탕 작전에서도 당시 다바오 시장이던 두테르테의 자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빈센테 다나오 경찰청장도 "두테르테가 차기 정부에서 역할을 맡기 전에 다소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빌라누에바 국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을 비난하는 인권단체들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인권단체들을 향해 "스스로 무장하고 마약 범죄자들을 체포해봐라"고 비꼬면서 "당신들은 범죄자를 옹호할 뿐 현장 경찰관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필리핀 경찰이 아닌 마약 범죄자들이 쓰러지는걸 보길 원한다"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정당화했다.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9일 실시된 대선 전에 두테르테와 여러차례 만났고 마약과의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테르테에게 대통령 퇴임 후 마약 범죄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는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 아블란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지난달 27일 두테르테가 마르코스 정부에 합류하기를 원할 경우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필리핀 전역에서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인권 단체들은 필리핀 경찰이 초법적 처형을 자행했다고 비난해온 반면 경찰은 용의자들이 무장했기 때문에 무력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맞서왔다.
한편 두테르테는 퇴임 후에도 마약 범죄 근절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퇴임 후 계획을 설명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마약상을 찾아내 쏴죽이겠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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