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 3.1%서 2%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듯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기자 =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수정해 11년 만에 4%대로 제시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설 정도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기존 전망치인 2.2%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가 됐기 때문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2%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이런 내용의 경제전망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2.2%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유가·곡물가격 급등 등 정부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물가는 예상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3.6%, 2월 3.7%에서 3월 4.1%로 뛰어오르며 4%선을 돌파했다. 4월에는 4.8%로 상승 폭을 더 키웠고, 5월에는 5.4%로 5%선마저 넘어섰다.
5월까지의 전년 누계비 물가 상승률은 벌써 4.3%다. 남은 기간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지 않는 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게다가 5%대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6월이나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외 기관들도 속속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기존 1.7%였던 전망치를 지난달 4.2%로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1%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4월 4.0%로 상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 12월 내놓은 전망치 2.1%를 유지 중이지만 이번 주 발표하는 경제전망에서 이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도 새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4%대 초중반 수치를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말과 6∼7월 무렵 등 1년에 두 차례 다음 해나 그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취업자 수,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전망을 한다.
정부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제시한 것은 2011년 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그 해 물가 상승률을 4.0%로 내다본 게 마지막이다.
이번 경제전망에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4%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4%대 초중반을 제시하려면 직전 전망치(2.2%)보다 2%포인트가량 상향 조정해야 한다. 통상 직전 전망치 대비 1%포인트 이내 수준으로 조정해 새 전망치를 발표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큰 폭의 상향 조정이다.
정부는 올해처럼 유가 급등으로 고물가가 덮쳤던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그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직전 전망 3.0%보다 1.5%포인트 올린 것인데, 올해는 그보다 더 큰 폭의 수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말 제시한 3.1%에서 소폭 낮춰 2%대 후반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설비·건설투자 하락으로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3.0%에서 2.7%로, KDI는 3.0%에서 2.8%로 각각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IMF는 3.0%에서 2.5%로 내렸고, OECD도 3.0%였던 전망치를 이번 주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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