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등 중기 대출 25조원 급증…코로나 진정되자 원자재가격에 타격
가계대출 8조원 감소와 대조…이창용 "영세 중기·자영업자에 정책적 대응 필요"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유아 오주현 기자 = 5대 주요 시중은행에서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기업 대출이 32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약 8조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특히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분의 77%를 차지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만약 오는 9월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까지 종료되면,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대출 부실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금융·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뇌관이 될 전망이다.
◇ 기업대출 증가분 77%가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 대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668조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635조8천879억원)과 비교해 올해 들어 5개월 사이 32조1천750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가 엄격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5월·24조4천203억원)보다도 오히려 7조7천547억원 커졌다.
기업 대출 증가액(32조1천750억원) 가운데 약 77%(24조6천168억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었다.
이처럼 기업 대출이 30조원 넘게 불어나는 동안 가계대출은 7조9천914억원 감소(709조529억원→701조615억원)했다.
[표]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추이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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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2월말 │2022년 5월말│ 변화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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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7,090,529 │7,010,615 │-79,914 │
├─────────┼─────────┼────────┼────────┤
│기업대출 │6,358,879 │6,680,629 │321,750 │
├─────────┼─────────┼────────┼────────┤
│(중소기업 대출) │5,534,786 │5,780,954 │246,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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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자료 취합
◇ 오미크론, 원자재가격 상승에 은행 공격적 영업도 겹쳐
최근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 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는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4월 말 기준 기업의 예금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1천106조원으로 한 달 새 12조1천억원 또 불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12조1천억 원)은 4월 기준으로 2009년 6월 통계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중소기업 대출이 7조8천억원, 대기업 대출도 4조4천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만 2조6천억원에 달했다.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 통계에서 3월 말 기준 모든 산업 대출금(1천644조7천억원)도 작년 4분기보다 63조9천억원 늘었다. 이 증가 폭은 2020년 2분기(69조1천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대출 용도별로는 1분기 시설자금이 22조원, 운전자금이 41조9천억원 각각 늘었다. 모두 역대 2위 기록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특히 운전자금이 많이 늘었는데, 화학·의료용 제품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분기 오미크론 재확산에 따라 업황이 부진한 업종의 운전자금 수요도 늘었고, 코로나 금융 지원도 이어지면서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만기 연장·이자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일단 9월까지 6개월 다시 연장된데다, 1분기에는 오미크론 여파 등으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특히 소상공인을 비롯한 중소기업이 계속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 대출 취급 노력도 맞물려 기업 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 부동산 거래 부진, 대출규제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충분한 가계대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올해 초부터 전략적으로 기업 대출을 늘리는데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은행 미뤄준 원금·이자 140조원 육박…'10년 장기분할 상환' 등 연착륙 프로그램 가동
향후 금리가 더 뛰고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급증한 기업대출 가운데 일부에서 연체 등 부실이 나타나고, 금융·경제 시스템의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 등의 진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원, 기업 부담은 2조7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위험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앞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도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 인상 등)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은행권도 오는 9월 금융지원 조치가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지원 종료 이후 급격한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여신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밀린 대출 원금과 이자를 수월하게 갚도록 10년 장기 분할 상환 등 파격적 조건의 연착륙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통상 5년 분할상환 등의 연착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 원금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천494억원에 이른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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