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 26개 단지중 30.8%가 청약 미달…고급화 전략도 안먹혀
DSR 규제에다 이자부담 커져 계약률도 비상…"옥석가리기 이어질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지난해 투자 열풍이 불었던 오피스텔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들어 오피스텔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소규모 단지는 물론 고급화를 내세운 대규모 단지까지 청약 미달과 미계약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6일 연합뉴스가 올해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청약을 받은 오피스텔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총 26개 오피스텔이 분양된 가운데 30.8%인 8개 단지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청약 과열에 100% 계약으로 완판 행렬이 이어졌던 분위기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30% 넘는 단지가 청약 단계부터 미달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17일 청약을 받은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578실이 분양된 1단지의 경우 청약 건수가 206건에 그치면서 전체 분양 타입에서 미달이 생겼다. 이 단지는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2단지(86실)는 100실 미만으로 공급돼 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했음에도 202건 청약으로 평균 경쟁률이 2.3대 1에 그쳤다.
이 오피스텔은 고급화를 추구하며 84㎡ 타입의 분양가를 약 8억6천만원, 107㎡는 10억원 넘게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시행사 측은 계약금 10%, 중도금 50% 무이자 융자의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저조한 청약률에다 미계약 우려도 커지자 수분양자에게 추가로 취득세 전액을 지원하는 파격 혜택까지 꺼내 들었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인천에서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항동에서 분양된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 오피스텔(592실)은 4개 타입 가운데 3개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또 4월 20일에 청약한 인천 신흥동3가 '숭의역 엘크루' 오피스텔은 168실 모집에 132명만 신청해 36실이 미달됐다.
앞서 지난 2월 중순 분양된 '엘루크 서초' 오피스텔 330실은 강남권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됐음에도 222명이 신청하는 데 그쳐 4개 타입에서 모두 미달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아파트 청약시장의 경쟁률이 낮아지고 미계약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오피스텔까지 청약 열기가 꺾인 것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오피스텔의 경우 시행사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고 작년까지는 입주 후 잔금 대출 전환에도 무리가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분양 중도금과 잔금대출에도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개인 소득이나 대출 유무 등에 따라 잔금 대출 전환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대출이 있어 잔금 대출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투자자들이 청약이나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여기에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원자재·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 위기 우려 등으로 투자 심리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 담당 임원은 "통상 오피스텔 매수자의 상당수가 대출에 의존하는데 올해 들어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불안한 경제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작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미계약 우려로 분양을 늦추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완판까지 걸린 시간이 작년에는 보름에서 한 달도 채 안 걸렸다면 올해는 수개월은 기본이고 장기 미분양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오피스텔도 청약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대출 부담이 커지다 보니 투자자들도 마구잡이식 청약이 아니라 분양가, 입지 여건 등을 따져보고 선별 청약에 나서고 있다"며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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