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대규모 유혈사태 후 개헌 투표…초대 대통령 일가 겨냥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카자흐스탄에서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한 초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 투표가 5일(현지시간) 이뤄졌다.
AFP·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총 유권자는 1천172만2천536명이었으며, 투표율은 6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는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끝났으며, 전국에 1만 곳 이상의 투표소가 설치됐다.
AFP 통신은 이번 개헌안은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눈에 띄는 거부 운동은 없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진 것은 27년 만으로 전체 유권자의 과반이 찬성해야 개헌안이 통과된다.
이번 개헌안은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의 국가 설립자로서 역할은 남겨 놓되, 엘바스(국부)로서 지위와 그에 따른 특혜는 박탈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28년간 카자흐스탄을 통치해온 초대 대통령이다.
나자르바예프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그의 친인척은 정·재계의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대규모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겨냥해 그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에 나섰다.
당시 카자흐스탄에서는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230명 이상이 사망했고, 카자흐스탄 정부는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아 시위를 진압했다.
개헌안에는 초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 외에 대통령이 재임 기간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대통령의 친인척은 고위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헌법재판소 신설과 전·현직 대통령의 집권당 직위 겸직 금지, 정당 설립 요건 완화, 사형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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