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권한축소' 개헌 투표 통과(종합)

입력 2022-06-06 15:34  

카자흐,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권한축소' 개헌 투표 통과(종합)
"1월 대규모 유혈사태 후 민심 달래기용 정치 개혁"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전명훈 기자 = 카자흐스탄 '독재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2) 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AF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개헌안에 대한 찬성률이 7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68%였다.
카자흐스탄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진 것은 27년 만이다.
투표는 전국 투표소 1만여 곳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누를란 아브디로프 중앙선관위원장은 "국민투표는 통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개헌안이 통과됨에 따라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인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 상당 부분 박탈됐다.
개헌안에는 전·현직 대통령이 집권당 직위를 겸직하지 못 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현역 대통령이 재임 기간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대통령의 친인척은 고위공직을 맡을 수 없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1년부터 2019년까지 28년간 카자흐스탄을 독재했고, 퇴임 후에도 헌법상 '엘바스'(국부), '국가 지도자'로서 특혜를 누리며 국가 정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뿐 아니라 그의 친인척까지 정·재계 요직을 독차지해왔다.
이날 개헌이 통과됨에 따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헌법상 지위는 사라졌다.

그는 지난 1월 카자흐스탄 유혈시위 사태 직후 국가안보회의와 민족총회 종신 의장직을 박탈당한 상태였으나 이번 개헌에 따라 국부로서의 영향력까지 잃게 됐다.
개헌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여겨지던 후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이 주도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 1월 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유혈진압으로 230명 이상이 사망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러시아군을 자국 내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시위를 통해 '새로운 카자흐스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토카예프 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개헌 여부를 의회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통과된 개헌안에는 헌법재판소 신설과 정당 설립 요건 완화, 사형 금지 등의 내용도 담겼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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