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재 동참에 인도·중국 등 아시아로 할인 판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러시아가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에 맞서 해상을 통해 아시아 등지로 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지만, 대폭 할인 판매로 원유 판매 수입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블룸버그통신이 선박·항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 5월 28일∼6월 3일 1주간 러시아의 해상 원유 선적량은 총 38척의 유조선에 2천760만 배럴, 하루 평균 394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전주보다 약 10% 늘어난 것이자 지난 4월 말 이후 6주 만에 최대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따른 관세 수입은 1억6천200만달러(약 2천34억원)로 전주보다 약 5%, 900만달러(약 113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원유 수출량은 늘고 관세 수입이 줄면서 원유 관세율은 4월 배럴당 8.30달러에서 5월 배럴당 6.81달러, 6월 배럴당 6.11달러로 4월부터 지금까지 약 27% 하락했다.
더 많이 팔고도 수입은 줄어드는 이런 현상은 기존 고객인 유럽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새로운 원유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폭 할인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장기화 속에서 유럽 대부분 국가는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로써 현재 유럽에선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만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
이처럼 유럽으로의 판로가 막힌 가운데 러시아는 해상을 통해 아시아로 수출되는 물량을 상당량 늘렸다.
실제 지난달 인도 내 항만에서 하적된 러시아산 원유는 하루 66만 배럴로 전달의 하루 27만 배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중국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월 28일∼6월 3일에 러시아 동부 연해주의 코즈미노항 등지에서 원유를 실은 3척의 유조선이 현재 한국 여수 앞바다에 정박 중이며, 여기서 초대형 중국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환적을 완료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와는 달리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기업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빚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지난 5일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연말까지 90%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해상운송을 통한 원유 수입은 중단하되 파이프라인을 통해 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는 금수 대상에서 일단 제외했다.
이에 지난 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석유는 정치의 대상이 아니다. 석유는 수요가 있고 대체할 시장도 있다"며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원 수출 실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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