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제천-영월 등 시멘트 공장 봉쇄…의왕 등 주요 유통기지도 운송 중단
레미콘사 "재고 1~2일치 불과, 생산차질 불가피"…건설현장 대응책 부심
현대제철 철강제품-하이트진로 소주 출하 막혀…산업계 "상황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황희경 김철선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 하순에 이어 6개월 반에 또다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물류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방해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됐고, 유통 현장에서도 공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가뜩이나 시멘트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빠듯하게 진행돼온 공급마저 원천 봉쇄되면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 시멘트 공장·수도권 유통기지 운송 전면 중단…출하량 평소의 10%로 급감
7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인 이날 전국 곳곳의 시멘트 생산 공장과 유통기지에서는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전국의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 선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부곡) 유통기지는 이날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오전부터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의왕기지에는 쌍용C&E·한일시멘트·성신양회·아세아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 등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사의 저장소가 몰려 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차단해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 공사현장 시멘트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수색과 인천, 부산, 목포 등 수도권과 남부권 주요 유통기지 역시 파업 영향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유통기지 입구를 막지 않은 곳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사실상 BCT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파업 영향으로 시멘트 출하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충북 단양(한일시멘트·성신양회)과 제천(아세아시멘트), 강원 영월(한일현대시멘트)·옥계(한라시멘트) 등 주요 내륙사 시멘트 공장에서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단양의 한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화물연대 차량이 사실상 공장 입구를 점거해 BCT 차량의 진입이 어려운 상태"라며 "철도파업 때는 육송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육송이 막히면 레미콘 업체나 건설현장으로 운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쌍용C&E 동해공장 등 해안가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은 아직 봉쇄 소식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시멘트 출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멘트 업계는 새 정부 들어 진행되는 첫 대규모 파업인 만큼 초기에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의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시멘트 출하 중단에 레미콘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유진기업·삼표 등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확보한 시멘트 재고가 1∼2일, 길어야 2∼3일 정도에 불과하다.
레미콘 업계는 가뜩이나 최근 시멘트 대란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유통마저 막히면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한 레미콘사 관계자는 "별도의 저장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 레미콘사들은 당장의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며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금주부터 건설 현장의 레미콘 타설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 현장도 비상이다. 앞으로 2∼3일은 버틸 수 있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레미콘 타설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건설자재 등을 사전에 확보해뒀지만 레미콘 타설이 어려워질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며 "일단 다른 공정을 먼저 시행하는 등 대체 공정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겠지만 건설 성수기에 레미콘 타설이 계속 지체되면 공기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기회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불법 파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멘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손실이 쌓이는 가운데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운임마저 40%나 뛰어 고운임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지입 차주의 휴대폰 요금, 세차비까지 보조해주고 있는데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파업으로 자신들의 이득만 고집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하이트진로도 제품 생산·출고 중단 지속…산업계 "상황 예의주시"
화물연대 파업으로 유통 현장에도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화물연대 차원의 총파업에 앞서 최근 일부 화물차주가 먼저 파업에 들어가 제품 생산과 출고에 차질을 빚어온 하이트진로는 "파업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투쟁 강도를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차량으로 각 공장의 정문을 막아 비노조원의 운송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품을 생산해도 출고가 어려워 재고가 계속 쌓이는 상황"이라며 "생산·출고 역량이 평소의 59% 수준이고, 운송이 어려우니 일부 도매상들은 직접 공장에 와서 물건을 싣고 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편의점들은 하이트진로 소주 참이슬과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이즈백에 대한 발주를 제한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아직 하이트진로 제품 재고 물량 등이 있어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1주일 이상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직·간접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유통업계 전체적으로는 물류센터와 대형마트 지점 등을 연결하는 차량의 화물차주들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도 이번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먼저 철강업체들의 제품 출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하루 물동량 약 4만9천t(톤)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약 2만t의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에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철강제품 운송에도 일정부분 지연 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선박 및 철도 전환 출하 등을 통해 파업에 대비하고 있고 일부 긴급재는 사전출하 및 운송사 별도협의를 통해 고객사에 대한 수급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하루 출하량 9천t이 이날부터 전면 중단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오늘부터 전체 출하 물량이 나가지 못하고 있어 걱정하고 있다"며 "개별 회사 이슈와 관계없는 대정부 투쟁이어서 회사로서는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기업들은 비교적 부피가 큰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전자제품을 사업장에서 물류거점으로 운송할 때 화물차를 이용하는데 이번 파업으로 물류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게 됐다.
다만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물량을 미리 출고하는 등 사전 조치를 해놓은 만큼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제품 부피가 매우 작은 반도체 제품의 경우 애초에 물류 부담이 크지 않고 대체 운송 수단도 있어 파업에 따른 차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반도체 업계는 관측했다.
제품 운송에 탱크로리와 컨테이너 화물차량을 주로 이용하는 정유·화학 업계도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에선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유 공장에서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송유관과 선박, 탱크로리 등을 통해 전국에 있는 주유소 등 석유제품 수요처로 수송한다.
정유사들은 외부 수송사에 석유제품 물류를 맡겨왔는데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기업들이 계약한 수송사에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없어 이번 파업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수송사 소속 일부 임직원이 파업에 합류하지만, 수가 많지 않아 유류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물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경유 등 연료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유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화학업계 역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출하·공급 등으로 대비를 해둔 상태"라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모든 업계 전반의 화물·운송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