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만에 금성 찾을 美탐사선 '불지옥' 표면까지 하강

입력 2022-06-07 15:51  

30여년 만에 금성 찾을 美탐사선 '불지옥' 표면까지 하강
'다빈치 미션' 윤곽…2030년대 초 잇단 금성탐사 출발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불리지만 납도 녹일 만큼 혹독한 환경이어서 화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온 금성을 화두에 올려놓을 '다빈치(DAVINCI) 미션'의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다빈치 책임연구원인 짐 가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29년 6월로 예정된 다빈치 미션의 세부 내용을 '행성 과학 저널'(Planetary Science Journal)에 발표했다.
다빈치는 '금성 심층 대기 희(稀)가스 및 화학, 이미징 탐사'(Deep Atmosphere Venus Investigation of Noble gases, Chemistry, and Imaging)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앞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1989년 마젤란 호 발사 이후 30여 년 만에 재개되는 금성 탐사의 목표를 집약해 놓고 있다.
다빈치 미션은 금성 중력 도움 비행을 할 본선과 대기를 뚫고 들어가 표면까지 하강할 소형 탐사선으로 구성된다.
'운송·중계·이미징 우주선'(CRIS)은 근접 비행을 통해 금성 대기의 구름을 분석하고 고원지대 지도를 만든다. 또한 행성 표면까지 지구의 90배에 달하는 고밀도 대기를 뚫고 하강하며 5가지 장비를 동원해 초정밀 측정 작업을 수행할 소형 탐사선을 떨궈 대기로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금성의 대기와 기후 시스템을 분석하고 산악지대에 대한 하강 이미지와 암석 성분 및 표면 구조에 대한 상세한 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성의 물의 역사를 드러낼 수 있는 수소 동위원소 비율이나 소량이라 측정되지 않은 희가스, 심층 대기 성분 등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빈 박사는 "화학 및 환경, 이미지 자료가 종합돼 여러 층을 이룬 대기 구조를 제시해주고, 텍사스 두 배 크기에 달하는 '알파 리지오' 산악지대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측정값은 표면에서 화강암과 같은 특수한 암석이나 침식과 같은 지형적 특성을 찾아내고 대기의 역사적 측면을 평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빈치는 3차례에 걸쳐 금성에 근접 비행하며 중력을 이용해 비행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중력도움 비행을 하게 된다. 1, 2차 중력도움 비행은 CRIS가 자외선과 근적외선으로 금성을 원격 관측해 대기와 표면에 관한 60기가비트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해주고, 3차 비행 때는 탐사선을 목표 지점에 떨구고 자료를 전송받아 지구로 중계하는 임무를 돕게 된다.
1차 중력도움 비행은 발사 6개여 뒤 이뤄지며, 이후 2년 뒤인 2031년 6월 "정오"에 이상적인 빛 조건에서 하강 탐사선을 대기에 진입시키게 된다.
CRIS는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 이틀 전 지름 1m의 티타늄 케이스에 싸인 탐사선의 비행 시스템을 분리하고, 탐사선은 금성 표면에서 120㎞ 상공의 상층 대기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이후 67㎞ 상공에서 열방패를 떼어내고 흡입구를 통해 대기 가스를 수집해 화학적 성분을 측정하는 등 과학 관측을 시작한다.
이와함께 약 10만피트(30.5㎞) 상공의 구름을 통과하자마자 수백 장의 이미지를 포착할 예정이다.
탐사선은 약 1시간에 걸쳐 알파 리지오 산악지대에 착륙하지만 하강 과정에서 수집한 모든 자료는 착륙 이전에 CRIS로 전송해 착지 뒤에도 굳이 작동될 필요는 없다.
금성의 표면 온도는 462℃에 달한다.
다빈치 미션의 부책임연구원 스테파니 게티 박사는 "초속 12m 착륙에도 살아남는다면 이상적인 조건에서 최대 17∼18분 정도 작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가빈 박사는 "금성 대기에서는 이전에 이뤄진 어떤 미션도 다빈치가 할 수 있는 것만큼 자세하게 화학성분과 환경을 측정하지 못했다"면서 "금성의 고원지대로 하강하거나 하강 과정에서 표면 이미지를 촬영한 미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빈치가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탐사한 하위헌스 호의 성과를 토대로 이전에 이뤄진 금성 탐사 미션을 21세기 능력과 센서로 개선하는 형태로 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ASA는 다빈치에 이어 금성의 화산활동과 지질학적 특성을 탐사할 '베리타스'(Veritas)를 발사할 예정이며, 유럽우주국(ESA)도 비슷한 시기에 금성탐사선 '인비전'(EnVision)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과 우주탐사 경쟁을 벌여온 러시아도 2030년을 전후해 토양시료 채취까지 포함한 3차례의 야심 찬 금성 탐사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금성 탐사가 높은 관심을 받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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