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불신임안 가까스로 부결…1표 차이로 구사일생
반대표 던진 무소속 의원에 '쿠르드족 지지' 물밑 거래설
"나토 가입 어깃장 놓던 터키 자극할 수도" 분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스웨덴 정부가 7일(현지시간)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서 구사일생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 정치 문제인 내각 불신임을 회피하기 위해 터키를 자극할 수 있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터키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나토 신규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조건이어서, 스웨덴의 행보에 자극받은 터키가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전망은 어두워질 수 있다.
이날 블룸버그·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모르간 요한손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신임안 표결을 추진했으나 통과가 무산됐다.
전체 349석 가운데 과반인 175명이 동의해 불신임안이 가결됐다면 요한손 법무 장관뿐 아니라, 정부 수장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까지 줄사퇴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이번 불신임안은 극우성향인 '스웨덴민주당'이 주도했다. 요한손 장관이 조직폭력 범죄를 막지 못했는지가 불신임 사유다.
스웨덴 정부가 사실상 해산되면 유럽 안보 현안 중 가장 큰 관심사인 스웨덴의 나토 가입도 오리무중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불신임안은 유일한 무소속 의원이자 핵심 캐스팅보트인 아미네흐 카카바베흐 의원의 기권으로 부결이 예견돼 있었다.
스웨덴 의회는 집권당 사회민주당을 포함한 여권 174석, 야권 174석이 팽팽한 대치를 이룬 상태다. 즉, 카카바베흐 의원의 1표가 정부의 운명을 결정한 셈이다.
문제는 이란계 쿠르드족 출신인 카카바베흐 의원이 이런 표결 대신 여당에서 받아낸 조건의 내용이 터키를 정면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바베흐 의원은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 스웨덴이 시리아의 쿠르드족과 소수민족 등에 대한 지지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여당이 약속했다"고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카카바베흐 의원은 그동안 집권당을 향해 이같은 내용의 확답을 내놓지 않으면 불신임안에 동의하겠다고 주장했었다.
스웨덴이 쿠르드족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셈인데, 이는 터키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터키는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상태다. 터키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도 스웨덴이 PKK을 옹호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내각으로선 장관 불신임이라는 발등의 불은 껐지만 터키와 카카바베흐 의원에게 한 약속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의해 교착 상태였다"며 "(표결 결과에 따라)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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