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에도 방점…소상공인 대출 연착륙·대출규제 완화 속 DSR로 부채 관리
금융 신뢰 회복…소액 주주·가상자산 등 소비자 보호 강화 추진, 투명한 정책
금융위원장 후보자, 혁신과 시장 안정 사이에 균형 유지 노력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7일 지명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금융 규제 혁신으로 방탄소년단(BTS)처럼 세계를 주도하는 금융사를 육성해 한국 금융을 선진 금융으로 도약시키면서 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지원에도 방점을 둘 전망이다.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가 오는 9월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들의 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고, 부동산 대출 규제 정상화 속에 가계 부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과제가 급선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 개혁을 통한 금융산업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BTS 같은 금융사 만들겠다…금융 혁신 강조
김주현 후보자는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방탄소년단과 같은 존재감 있는 국내 금융사 나올 수 있도록 재임 기간 금융 혁신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금융규제 혁신과 금융시장 안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 및 검사 역량을 보강하겠다고 했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금융사 혁신을 추진하는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주현 후보자는 7일 지명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혁신을 말하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라면서 "BTS도 있고 대장금도 있는데 금융사도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높여줄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나오는 게 개인적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화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핀테크 또는 기존 금융사에서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면 좋겠다"면서 "이를 위해 금융규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빅테크에서는 가능하지만 기존 금융사에서 할 수 없던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풀고 금산분리 등 기본적인 원칙도 일부 보완하겠다며 금융 규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선두는커녕 살아남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서 "금융규제와 관련된 여건이 이미 지난 정권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정책금융의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정책금융이 민간 혁신을 지원하도록 미래 핵심 기술, 탄소중립 등 대규모이거나 위험한 분야에 중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분야의 자금 지원 확대와 중소·벤처 기업 등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 지원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민간 기업의 역동적 혁신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민간 금융과 조화로운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취약층 지원 강화 속 소상공인 대출 연착륙 유도
금융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김 후보자는 취임 후 취약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리면서도 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3월 25일 금융위가 업무 보고를 했을 당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지원 정책과 연계해 다양한 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김주현 후보자는 담보 및 보증 대출, 부실 우려 채권까지 종합·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긴급 구제식 채무 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환 보증 등 맞춤형 금융 공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만기 연장이 오는 9월에 종료된다는 점에서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 금리로 바꾸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서민 안심전환 대출 등도 적극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자는 소상공인 만기 연장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자꾸 예외가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안되도록 소상공인 등에 대해 채무 조정도 해주고 고금리를 바꿔주고 있는데 이런 조치가 9월에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대출 규제 정상화 속 DSR 토대로 부채 관리
김 후보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 정상화 속에서 가계 부채 관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기본으로 해서 이끌어 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말보다 줄었지만 1천859조4천억원으로 1천900조원에 가깝다.
특히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6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4.3%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김 후보자 또한 이에 맞는 대출 규제 완화책을 내놔야 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강력한 대출 규제로 가계 대출 증가세가 잡힌 상태라 총량 관리 목표를 대신해 금융사에 자율을 주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DSR 규제를 유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보완하는 방식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상한을 완화(60∼70%→80%)하고 DSR 규제를 유지해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주현 후보자는 소상공인 지원과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의 금융당국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 등 금융 리스크 관리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 소액주주 보호…예대금리차 해소 주목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 나서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김 후보자에게 기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소액주주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 보호, 상장폐지 제도 정비, 내부자 지분 매도 제한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다.
상장사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데 대한 요건이 강화되고, 신산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과제로 여겨진다.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의 주식을 배정해 청약하도록 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공매도 제도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매도 감시 전담 기구를 설치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주가조작'에 준하게 형사 처벌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도 현안으로 이는 기획재정부와 협업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분류하고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불법사금융 및 보이스피싱 척결, 불합리한 예대금리차에 대한 비교 공시를 통한 해소 등도 추진해야 할 중요 과제로 꼽힌다.
'루나 사태'를 계기로 가상 자산과 관련한 입법에도 속도를 내고 가상 자산 거래소들의 책임 있는 행동 유도 등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 행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해 금융 신뢰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