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40대 걸인이 수천만 원이 든 저축통장을 공개했다가 사기꾼으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7일 트리뷴뉴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고론탈로주에 사는 룻피 하루요노(47)라는 이름의 걸인이 이달 2일 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룻피는 아내와 별거한 뒤 지난 13년간 길에서 구걸로 돈을 벌었고, 지역 사람들 가운데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최근 SNS에 룻피 명의 통장 2개의 사진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이들 2개 계좌 잔액은 총 4억9천만 루피아(4천200만원)이며, 심지어 올해 5월 10일 1억2천만 루피아(1천만원) 등을 출금하고 남은 금액이다.
통장 사진을 룻피가 자랑삼아 공개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고론탈로 주민들은 "거지라더니 사기를 쳤다", "구걸로 저렇게 많은 돈을 모았을 리 없다"며 범죄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삽시간에 퍼지자 마을 자경단이 룻피를 경찰서에 데려갔다.
룻피는 10년 넘게 구걸을 한 것은 맞지만, 종종 식당에서 일한 돈도 저축액에 섞여 있다며 범죄 연루를 부인했다.
경찰은 룻피가 구걸하면서 모스크나 재단에 대신 기부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주민들 증언에 따라 사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 다시는 구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풀어줬다고 밝혔다.
본래 인도네시아는 지방 정부 조례로 구걸과 돈을 주는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
거지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아동·청소년 등 약자의 착취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시마다 모스크나 교차로, 상습 차량 정체 구간, 육교 주변 등에서 구걸하는 거지를 종종 볼 수 있고,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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