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후 검사 부각될까 우려…시장 규율 확립·소비자 보호 강화는 기대
(서울=연합뉴스) 금융·증권팀 =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7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되자 금융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온 만큼 시장의 규율이 확립되면 소비자 보호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의 기능이 예방적 감독보다는 사후적 검사로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 평가도 같이 나오고 있다.
금융기업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며 "불공정 거래 근절은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제고해 종국적으로 금융시장 활성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 인사가 검찰 출신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 원장이 임명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대규모 금융 사건의 재수사 등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감원이 검찰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의 공조를 통해 라임·옵티머스 등과 같은 금융 사건을 다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류가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의 감독 정책에 영향을 미치면 사전적 감독보다는 사후적 검사와 처벌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게 금융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친화적 감독을 강조했던 전임 정은보 원장과는 정책 방향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이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사후적 검사와 처벌이 강화되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했던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발생을 막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제고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국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가 '경제 위기 태풍권'에 진입했다는 우려까지 나온 상황에서 사후적 검사로 금융시장을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대식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금융 기관과 시장들이 자유롭게 헤쳐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데 범죄행위와 처벌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검찰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부활하는 등 경제 사범을 엄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 인사도 그와 같은 맥락인 것 같다"면서 "금감원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금융사 검사인데, 앞으로 자료 제출이나 현장 검사 강도가 높아지고 징계 역시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지금 단계에서는 사후적 검사보다는 사전적 감독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의 감독 영역이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으로 다양해 금감원장은 이들 분야에 대한 개별적 특성과 이들 분야가 묶인 전체 금융시장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원장은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먼저 합격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경제 관련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금융·조세 전문가라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 관련 분야에서 몇십 년 일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들을 때때로 실수하게 하는 것이 금융시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이 핀테크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블록체인 등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분야에 대한 혁신을 유도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금감원을 경험한 적이 없어 금감원 실무와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사를 수석 부원장에 앉혀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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