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남미' 미주정상회의 주재 바이든…시작부터 불협화음

입력 2022-06-08 08:31  

'이번엔 중남미' 미주정상회의 주재 바이든…시작부터 불협화음
28년만에 미국서 개최…'반미 3국' 배제에 멕시코 반발해 불참
'미주 파트너십' 'LA 선언' 준비…"협력 유인 부족에 中견제 미흡"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리더십 재건을 공약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 국가 다잡기에 나섰다.
지난 6일부터 이미 일부 행사가 시작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회의를 주재한다.
미주정상회의는 미주 대륙 35개국이 3∼4년에 한 번씩 모이는 자리로, 미국은 1994년 1차 회의 이후 28년 만에 개최국이 됐다. 이번이 9회째 행사다.
의제는 크게 5가지로, 8일 경제 어젠다 및 보건 안보, 9일 기후 위기 및 식량 안보, 10일 이주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회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둔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 다시 중국 협공으로 힘을 모으려는 와중에 개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중남미 역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지역이라 미국 입장에선 단속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중남미와 관계가 손상됐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이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을 필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까지 총출동해 중남미의 환심을 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학 구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작년 12월 발표한 12억 달러에 더해 7일 19억 달러를 추가해 미국 기업이 모두 32억 달러를 중남미에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중남미 이민자가 미국으로 밀려드는 문제의 근원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이른바 북부 삼각지대 국가의 이민 유인을 줄이기 위해 해당 국가의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성공적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높지 않은 분위기다.
우선 출발부터 초청국 문제로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반미(反美) 3개국인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정상을 독재자라는 이유로 초청 대상에서 제외하자, 멕시코 대통령은 이에 반발해 불참하고 외교장관을 참석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루과이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탓에 회의 참석이 무산됐다.
북부 삼각지대 국가 중에서도 정상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역내 투자 확대와 공급망 강화, 탈탄소화 등을 목표로 '경제적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민 문제 대응을 위해 미등록 이주자 유입 통제, 합법적 일자리 제공 등 협력국가에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이주와 보호를 위한 로스앤젤레스 선언' 발표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
하지만 이 수준의 안건과 비전 제시가 중남미 국가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남미는 관세 인하 등 무역 접근 확대와 투자 증대를 희망하지만, 기존에 맺은 무역 협정을 넘어서는 새로운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때 야심 차게 출범한 IPEF 역시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이 의제에서 빠져 참여국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은 해외 교역 파트너들이 그렇게 강렬히 바라는 관세 인하나 시장접근 제공은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미국 내 정치적 반발 와중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추구한 무역 전략을 유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중남미에서 인프라 등 자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이 시장을 잃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자체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남미 전문가인 에릭 판스워스는 "중국은 자신의 시스템과 모델이 서구 민주주의보다 우월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동격이라는 생각을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남미 국가 인사들은 미국이 역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왜 더 열심히 싸우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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