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어 추가 허용…강력 통제 관성은 여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강력한 규제로 중국 게임 업계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두 달 만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추가로 발급해주면서 숨통 틔워주기에 나섰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7일 밤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60개 자국산 온라인 게임에 판호를 내줬다고 밝혔다.
새로 판호를 얻은 기업에는 미호요, 퍼펙트월드, 히어로게임스, 퍼커 등 중국의 메이저 게임 업체들이 포함됐다.
중국은 지난 4월에도 45개 게임의 판호를 발급한 바 있다.
4월에 이어 6월에 다시 판호가 발급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내 판호 발급이 최소한 격월 간격으로라도 정례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판호 문제는 중국에서 게임 사업을 하는 회사들에 최대 불확실 요인이다.
앞서 중국은 2021년 7월 판호를 내주고 나서 아무런 정책적 배경 설명도 없이 지난 4월까지 단 한 건의 판호도 발급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미성년자 보호, 게임 중독 방지를 가장 중요한 게임 산업 규제의 명분으로 앞세운다.
관영 통신 신화사가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작년 8월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동원하면서 중국의 대표 게임인 텐센트의 '왕자영요'를 여러 차례 거명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1주일에 3시간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기 들어 보수화 경향이 심해진 중국이 국민사상 통제의 관점에서 게임 산업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날로 발전하는 게임들이 다양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졌고, 일종의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현실)인 게임 안에서 사용자 간에 채팅 등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의 눈에 게임이 영화·드라마·소셜미디어를 합친 것만큼의 민감한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외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게임 사업을 펼치기에 더욱 어려운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태도를 바꿔 석 달 사이 두 차례에 걸쳐 판호를 발급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크게 어려워진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 봉쇄 등의 여파로 중국 경제는 4월부터 급속히 악화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가을 시 주석의 3연임 선포식이 될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생 안정에 비상이 걸린 중국 당·정은 최근 들어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 살리기에 전력하겠다는 정책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중국의 게임 업계는 그간 오랜 어려움을 겪어왔다.
텐센트, 바이트댄스, 비리비리 등 대형 인터넷 업체의 게임 부문에서는 작년부터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면서 기술 분야 고학력자 실업 문제를 가중시켰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1% 줄어든 234억1천만 위안(약 4조4천억 원)에 그쳤다.
다만 판호 발급이 다시 정례화돼도 중국의 게임 업계 통제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히 강하다.
연간 판호 발급 건수는 2017년 9천개를 넘어 정점에 도달했지만 2018년 2천64개로 줄었고, 2019년에는 다시 679개로 급감했다.
판호 발급이 띄엄띄엄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대 업체인 텐센트와 넷이즈에는 여전히 판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텐센트와 넷이즈가 판호를 받은 것은 2021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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