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상 밑으로 대피시킬 때 범인 발견…"총맞고 쓰러진 나한테 또 총격"
"한꺼번에 내 학생 11명 잃어…죽음 헛되지 않게 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그들(경찰)은 겁쟁이다. 앉아서 공동체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벌어진 초등학교 총기 참사현장에서 총을 맞고도 살아남은 교사 아눌포 레예스는 7일(현지시간)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경찰에 분노를 표출했다.
롭 초등학교에서 4학년 국어를 가르쳤던 레예스는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4일은 기분 좋은 하루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날은 학교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었는데 레예스의 학생 몇몇이 상을 탔다. 행사가 끝난 후 일부 학생은 집에 돌아갔고, 레예스는 학교에 남기로 한 학생들을 위해 교실에서 영화를 틀어줬다.
이 평화가 깨진 것은 오전 11시 반이 조금 지나 갑자기 총성이 울리면서였다.
레예스는 "아이들이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라고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며 당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책상 밑에 숨어서 잠든 척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아이들을 재빠르게 책상 밑으로 대피시키면서 뒤를 돌아봤고 그때 총격범을 발견했다.
총격범은 레예스를 향해 총을 겨눴고, 레예스는 팔 부위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후 범인은 교실에 있던 아이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레예스는 "아이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고 말했다.
의식을 잃은 척하며 쓰러져 있었지만 범인은 땅에 누운 레예스를 향해 다시 한번 총을 쐈다. 총탄은 레예스의 등을 관통했다.
당시 교실에서 살아남은 일부 아이들이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지만 교실 복도에 있던 경찰관 19명은 범인을 즉각 제압하지 않은 채 1시간 넘게 대기했다.
레예스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버림받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 떠나서 더 화가 났던 것은 당신(경찰)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난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레예스는 "(국민을) 보호하고 봉사해야 할 사람인데 그들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총격범이 제압된 것은 사건 발생 1시간 20분 가까이가 지난 뒤였다.
경찰이 손을 놓고 있을 동안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11명이 레예스 반의 학생들이었다.
숨진 자신의 학생을 떠올리던 레예스는 "죄송하다"고 말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부모가 자식을 잃어 마음이 아프지만 난 그날 11명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레예스는 어떤 훈련을 받았더라도 그날 일에는 대비할 수 없었다며 총기 규제 관련 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아이들과 내 동료가 헛되이 죽게 놔두지 않을 거라는 점"이라며 "세상 끝까지 가서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총격 참사에서는 경찰이 초기 대응에 빨리 나서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경찰의 대응 실패를 둘러싸고 연방과 주 정부 기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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