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기준 충족 아름다운 어종과 종 보존 어종 불일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이 보기에 아름답다고 느끼는 산호초 어종보다는 못생겨서 관심을 덜 받는 어종이 오히려 생태적 기능이나 진화적으로 종(種) 보존 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에 따르면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의 생태학자 니콜라 무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호초 서식 어류를 대상으로 한 미적 가치와 종 보존 노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인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1만3천여명에게 산호초에 서식하는 지느러미를 가진 조기어류 481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미적 매력을 평가하게 한 뒤 이 자료를 토대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분석, 처리할 수 있는 심층 신경망인 '합성곱 신경망'(CNN)을 학습시켰다.
그런 다음 산호초에서 자주 접하는 어류 2천417종의 사진 4천400여장을 추가로 보여주고 미적 매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인간과 CNN의 평가를 종합한 결과, 밝고 다채로운 색에다 둥근 몸통을 가진 산호초 어종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런 미적 매력을 가진 종들은 생태적 특성이나 진화에서 덜 독특한 경향이 보였다.
특히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멸종 '위기' 적색 목록에 올라있거나 미평가된 어종은 멸종 위험도가 낮은 '최소관심' 어종보다 평균적으로 미적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간이 가진 형태나 색에 대한 선호는 두뇌 활동의 결과일 수 있지만 미적 가치와 생태적 기능, 멸종 취약성 등의 불일치는 종 보존 노력이 가장 크게 필요한 어종이 가장 적은 관심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미적 매력이 떨어지는 어종이 가진 생태적, 진화적 독특성은 전체 산호초 생태계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들의 멸종은 높은 생물다양성을 가진 산호초 생태계에 불균형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산호초 어종 2천417종의 미적 가치를 평가했다"면서 "덜 아름다운 어종이 생태적, 진화적으로 가장 독특한 어종이고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 드러났으며, 일반인의 잠재적 종 보존 노력과 이런 노력이 가장 필요한 어종 간 심각한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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