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日 어선 조업 중단 발표…日 "일방적 발표 유감"
교도 "러일 관계, 전후 국교회복 이후 최악의 상태"
(도쿄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호준 최수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일본이 이번에는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어업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7일(현지시간)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일본이 1998년 체결된 해양생물자원 조업 분야 협력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이하 안전조업협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일본 측이 모든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1998년 협정 이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협정에 따른 비용 지급을 동결하고, 정부 간 합의 이행을 위한 불가분의 요소인 (러시아) 사할린주에 대한 무상 기술 지원 제공에 관한 연례 이행 문서 서명을 지연해 왔다"고 협정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안전조업협정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주변 해역에서 일본 어선의 명태, 문어 등 조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대신 일본은 매년 러시아에 협력비와 어업 기자재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14∼2020년 조업에 나설 수 있는 일본 어선은 매년 48척, 할당량은 매년 2천180t이었다. 이 기간 일본은 매년 협력비로 2천130만엔(약 2억원)을 냈고, 해마다 2천110만엔 상당의 기자재를 공여했다.
2021년에는 어업 할당량이 2천177t으로 전년보다 3t 줄었으나 어선 수 등 나머지 조건은 같았다.
일본 측은 러시아 저인망어선 조업으로 일본 어선 피해가 심각한 점, 어획량 감소, 어획 가능한 어종 제한, 협력비와 기자재 공여에 따른 어민 부담 등으로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측은 사할린주 협력 사업이 (안전조업)협정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둘을 결부해 사할린주 협력 사업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협정 이행의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형태로 일방적으로 (협정) 이행 중단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사할린주 협력 사업은 안전조업협정의 전제조건이 아닌데도 러시아 측이 부당하게 협정을 중단시켰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안전조업협정의 이행을 중단한 러시아에 대해 "일방적인 발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안전조업협정은 4개인데 러시아가 이 중 하나를 중단시킨 것이다.
중단된 협정에 근거한 명태, 임연수어, 문어 등의 조업 개시일은 오는 9월 16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협정 중단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협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러시아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수출입 규제와 기업 및 개인 자산 동결 등 러시아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쿠릴열도 4개섬 중 일부를 반환하는 문제를 포함한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 중단을 발표했고, 일본인의 쿠릴열도 남단 4개섬 무비자 방문을 중단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등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 의회는 극동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2'에 참여하는 일본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가 최근 보도한 바 있다.
교도통신은 최근 러일 관계에 대해 "전후 국교회복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