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 알제리가 서사하라 영유권 분쟁에서 앙숙인 모로코 지지 입장을 밝힌 스페인과 20년 우호관계를 전격 폐기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002년 마드리드에서 체결한 스페인과의 우호 및 협력 협정의 효력을 즉각 중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양국간 정치, 경제, 금융, 교육, 국방 분야의 협력 사업이 모두 중단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스페인이 서사하라 영유권 분쟁에서 모로코의 자치 계획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데 대한 일종의 보복이다.
알제리 대통령실은 "당시 스페인의 움직임은 과거 영토였던 서사하라에 대한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알제리와 모로코는 1975년 스페인 점령에서 벗어난 서사하라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해왔다.
모로코는 서사하라의 제한적 자치권을 인정하면서도 영토의 80%를 장악한 채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알제리는 독립운동 세력인 폴리사리오를 지원한다.
2020년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더 불편해진 양국 관계는 지난해 여름 알제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알제리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산불의 원인이 방화이며, 그 배후에 모로코의 지원을 받으며 자국 북부 카빌리 지역에서 자치 운동을 벌이는 '카빌리 자결'(MAK)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국은 지난해 8월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영공도 폐쇄했고, 알제리에서 모로코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가스관도 걸어 잠갔다.
지난 3월 알제리가 지지하는 폴리사리오 지도자의 코로나19 치료를 허용하는 등 균형 외교를 시도했던 스페인은 이날 알제리의 조치에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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