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이고 사악한 푸틴, 제국 건설로 역사에 이름 남기려 해"
"평화협상 있을 수 없어…수년 후 새로운 전쟁 불러올 것"
"이번 전쟁, 자유세계가 악을 끝장낼 기회"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율리아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궁극적 목표는 우크라이나 점령을 넘어 옛 소련 시절 영토의 복원이라고 8일(현지시간) 말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도, 민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을 감춘 적이 없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2004년 '오렌지 혁명'의 주역으로서 두 차례 우크라이나 총리를 지냈고 푸틴 대통령과 여러 차례 단독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푸틴의 야망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친서방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선다"면서 "그의 지정학적 목표는 옛 소련 시절처럼 벨라루스, 조지아, 몰도바까지 점령하고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를 포함한 중동부 유럽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미쳤다는 주장을 부정했다. 오히려 그가 "완전히 이성적이고, 냉혹하고, 잔인하고, 사악하다"면서 스탈린과 표트르 대제와 함께 역사에 남으려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어두운 논리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며 "그는 역사적 임무로서 제국을 건설하고자 한다. 그것이 그의 내면 깊은 욕망과 신념에서 오는 '초월적 목표'(hyper-goal)"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과 관련해선 "그는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라면서 "늘 말에 조심스러웠고, 녹음 당할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고 기억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도 키이우에 남기로 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정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티모셴코 전 총리는 2019년 대선에서 맞붙은 정치적 라이벌 사이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침공 직후 야당 인사들과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 및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악수를 했다. 모두 놀랐고, 창백했고 두려웠다"면서도 "누구도 키이우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 대통령과 군대를 지지하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이번 전쟁에서의 서방의 단합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 캐나다, 폴란드와 함께 영국 및 보리스 존슨 총리를 특별히 지목해 "우리는 영국을 범우크라이나 가족의 일부로 여긴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하는가 하면 독일과 프랑스의 무기 지원이 더디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유럽이 최악의 안보 위기를 겪는 가운데 이들 국가를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감쌌다.
그는 "이번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것뿐"이라면서 "푸틴과의 평화협상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는 평화 대신 수년 후 새로운 전쟁을 불러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부차, 이르핀, 마리우폴 등지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비극이자 재앙"이라고 언급하고 "이번 전쟁은 우리의 영토와 자유를 위한 위대한 전투인 동시에 자유 세계가 악을 끝장낼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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