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40만원인데 20억 저택에 외제차 18대…별명 '조 페라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마약 용의자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고문하다 숨지게 한 태국의 '부패 경찰'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태국 중앙형사법원은 지난 8일 선고 공판에서 티띠산 우타나폰(39) 전 나콘사완 경찰서장 등 전직 경찰 6명에 대해 고문에 의한 살인 공모 등의 혐의를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다만 법원은 이들이 일부 혐의를 인정했고,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피해자 가족에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티띠산 전 서장 등 6명은 지난해 8월 북부 나콘사완 경찰서 사무실에서 마약 용의자 A(24)씨를 고문하다가 숨지게 했다.
특히 사건 장면이 담긴 경찰서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이 한 경찰관의 '공익 제보'로 공개되면서 태국 사회에 파문이 일었다.
동영상에는 경찰서 내 사무실에서 티띠산 전 서장이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이 묶인 마약 용의자 A씨 머리에 비닐봉지를 겹겹이 씌우고 질식시키며 협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머리에 씌운 비닐봉지는 6장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발버둥 치던 용의자가 쓰러지자 경찰들이 응급조치하는 장면도 영상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티띠산은 당시 A씨에게 범죄 무마 대가로 200만 밧(약 7천만원)을 뜯어내려 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마약 범죄 관련 정보를 얻어내려다 일어난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었다.
이후 티띠산 전 서장 등 6명은 권한 남용·부정행위·고문에 의한 살인 공모·강압에 의한 사망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티띠산 전 서장의 경우, 파문이 불거진 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소 6억 밧(약 218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커졌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약 7년간 밀반입된 고급차 368대를 압류해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으로 재산을 모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콕의 고급 자택은 시세로 6천만 밧(약 21억원)에 달했고, 집에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가 18대나 있었다.
이 때문에 언론 등 현지에서는 티띠산 전 서장을 '조 페라리'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당시 서장 월급은 4만밧(약 143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의 부정 부패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군과 함께 태국의 대표적인 '힘 있는' 기관인 경찰은 각종 비위와 부패 사건의 당사자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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