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상수지 흑자폭 둔화…외환수급 악화 등은 유의해야"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분석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인과 국민연금 등의 해외증권 투자가 확대했다며 이러한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68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처를 부문별로 보면 기타금융기관(275억 달러), 비금융부문(212억 달러), 일반정부(182억 달러) 순이었다.
주로 자산운용사(해외펀드)와 개인, 국민연금 등이 투자를 주도했다.
특히 개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미국 기술주 주가 급등 영향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많이 증가했다.
국민연금도 재정수지 흑자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는 점과 국내 자본시장 규모가 운용자산 대비 협소한 점 등을 고려해 해외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국민연금의 재정수지 흑자(운용수익 제외 기준) 규모는 2010년 16조6천억원에서 2021년 24조4천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달리 최근 국내 거주자의 해외채권 투자는 둔화하고 있다.
주요 출자자인 보험사가 2018년 이후 환 헤지(환율 위험회피) 비용 증가로 해외채권 수익률이 저하되자 순매수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투자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한은은 여건 변화 속에서도 국민연금, 개인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증권 순투자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의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해외 투자 비중은 2019년 35% 수준에서 2025년 55%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개인의 경우에도 최근 해외투자 거래비용이 하락하고, 투자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해외투자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확대가 전망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다만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가가 큰 폭 조정되며 수익률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해외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외순자산이 확대되고, 이자·배당 수입 등 투자소득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축적된 대외 투자자산을 통해 국내 외화자금 공급을 늘려 외환 부문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한은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 폭 둔화 등으로 외환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해외증권투자를 통한 외환 수급 악화 및 이에 따른 외채 증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viva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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