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해상운임 담합 15개 선사에 과징금 800억원 부과(종합)

입력 2022-06-09 16:45  

한-일항로 해상운임 담합 15개 선사에 과징금 800억원 부과(종합)
한-중항로 담합 27개 선사에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공정위 "한-중항로 공급물량 결정돼 있어 운임합의의 경쟁제한 효과 크지 않아"
한-동남아 항로 포함 해운 담합 총 과징금 1천764억원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16년여간 한-일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임을 담합한 15개 선사에 시정명령과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중 항로 운임을 담합한 27개 선사에 대해서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리기로 했다.
올해 초 한-동남아 항로에서 이뤄진 해운 담합을 적발해 1천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린지 약 다섯 달 만이다.

◇ 한-일 항로 담합에 과징금 800억원…한-중 항로는 과징금 부과안해
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장금상선·남성해운 등 국내 선사 14곳과 외국 선사인 SITC 등 총 15개 선사는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한-일 항로의 운임을 합의했다.
이들 중 팬스타라인닷컴을 제외한 14개 선사는 한-중 항로에서의 담합도 적발됐다.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7년간 68차례에 걸쳐 한-중 항로 운임을 담합한 혐의로 시정명령을 받은 선사는 국적선사 16곳, 외국 선사 11곳 등 총 27개다.
선사들은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 운임을 인상하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최저운임(AMR), 부대운임의 신규 도입과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선사의 기존 거래처를 뺏지 않기로 합의해 경쟁을 제한하기도 했다.
최저운임 합의는 2003년 10월 고려해운·남성해운·흥아라인 등 주요 선사 사장들이 한-일, 한-중, 한-동남아 등 3개 항로 운임을 동시에 인상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계기로 이후 지속해서 이뤄졌다.
선사들은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맹외선을 이용하거나 합의된 운임을 따르지 않는 화주에는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했는데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에 대해서도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서면 답변서를 받을 때까지 선적을 거부해 운임 인상을 관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임 합의를 어긴 선사에는 6개월간 선복 제공을 중단하고 위반이 누적되면 공동운항에서 제외하는 등의 벌칙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한일 항로 담합으로 선사들은 2008년 한해에만 620억원(비용 절감 120억원·추가 부대비 징수 500억원)의 수익을 달성하는 등 운임 수입을 늘리고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수출항로 기준 관련 매출액은 한-일 항로 4조4천억원, 한-중 항로 1조5천억원 수준이다.
공정위는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와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에 대해서도 사업자 단체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제재했다.
한일 항로 담합을 지원한 한근협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2억4천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한중 항로의 황정협에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동남아, 중국, 일본 항로에서 이뤄진 담합의 형태가 유사한데 한-중 항로 담합 행위에만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정위는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조약)과 해운협정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 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시장으로서 공급물량(선복량) 등이 이미 결정돼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와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공동행위의 유형이나 형태, 내용 등은 한-동남아, 한-일, 한-중 모두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한-중 항로는 양 정부가 공급량을 제한해 어느 정도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운임 담합을 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제한 효과나 피해,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중 항로 선사 간 운임 합의에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중국 정부의 외교적 반발이 예상되는 점도 공정위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번 제재를 앞두고 공정위에 여러 차례 서한을 보내 양국 정부 간 합의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 업계 "공정거래법 대상 아니다"…공정위 "선사들, 법 위반 인식해 공동행위 은폐"
해운업계와 해양수산부는 심의 과정에서 이 사건 담합이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한-동남아 항로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 공동행위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화주에 대한 보복, 합의를 위반한 선사에 대한 각종 페널티 부과 등 내용적인 한계도 크게 이탈했으므로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선사들은 자신들의 운임 담합과 기거래 선사 보호, 선적 거부 등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한 데 이어 한-일, 한-중 항로에서 17년간 불법적으로 이뤄진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뤄진 운임 담합 관행이 타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동남아 항로 담합(962억6천500만원)과 한-일 항로(800억8천800만원) 담합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1천763억5천300만원이다.
다만 선사들이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추후 제재 수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국내 선사들은 이미 한-동남아 항로 담합 제재 결정에 대해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일부 외국 선사는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수출입 화주 피해 예방을 위해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 당국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수부와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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