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사이로 약한 전파 방출 두 번째 사례…"도전적 단서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30억 광년 떨어진 곳의 왜소은하에서 전파가 순간적으로 분출되고 사라지는 이른바 '빠른 전파 폭발'(FRB)이 반복되는 것이 포착됐다.이 FRB는 전파 폭발 사이로 약한 전파를 방출하는 두 번째 사례여서 우주의 미스터리로 꼽혀 온 FRB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지 관심을 받고있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FRB는 지난 2019년 5월 19일 발생했으며, 같은해 11월 지름이 500m에 달하는 축구장 30개 크기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 관측 자료에서 처음 포착됐다. 이후 칼 G. 잰스키 초대형 배열(VLA) 등을 이용한 후속 관측을 통해 일회성에 그친 다른 FRB와 달리 자주 반복되는 것이 확인됐다.
FRB는 천체에서 복사된 전파가 1천분의 1초 만에 빠르고 강하게 분출되고 사라지는 현상으로, 2007년에 처음 발견됐지만 아직도 어떤 천체에서 나온 것인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FRB는 수백개에 달하지만 이 중 폭발이 반복돼 추적이 가능한 것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 리디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2020년 VLA 관측에서 'FRB 190520'의 위치를 특정하고, 하와이 스바루 망원경의 가시광 관측을 통해 30억 광년 가까이 떨어진 왜소은하의 외곽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VLA 관측은 또 폭발적인 전파 분출을 되풀이하는 사이에 이보다 약한 전파를 지속해서 낸다는 점도 포착했다.
이런 특성은 FRB 중에서는 처음으로 발생 위치가 확인된 FRB 121102와 닮은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두 사례가 비슷한 점을 근거로 FRB를 생성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커니즘이 존재하거나 진화 단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FRB를 생성하는 천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대형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고 핵만 남은 초고밀도 중성자별이나 마그네타로 불리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돼 왔다.
연구팀은 FRB 190520이 초신성 폭발 때 방출한 고밀도 물질에 둘러싸여 있는 신생 천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물질이 사라지면 폭발적 신호의 확산도 줄어들 것으로 제시됐다.
신생 천체 시나리오에서는 반복되는 전파 폭발이 상대적으로 젊은 FRB의 특징일 수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WVU)의 사라 버크-스폴라오르는 "FRB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로 매월 새로운 발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큰 의문들이 남아있고, FRB 190520은 이런 의문들에 대한 도전적인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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