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문어 전략' 천명…더 과감한 전략으로 이동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이 중동의 '앙숙' 이란에 대해 은밀하게 실행해왔던 타격 전략을 더욱 과감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란을 문어에 비유하며 '촉수'가 아닌 '머리'를 직접 상대하겠다고 경고했다.
베네트 총리는 "우린 '문어 독트린'을 적용하고 있다. 더는 이란의 대리 역할을 하는 촉수를 상대하지 않는다. 대신 머리를 향하는 새 방정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예멘, 이라크 등 무장세력을 지원하면서 중동 각국에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를 다리 많은 문어에 비유한 것이다. 서방은 중동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대리군'으로 부른다.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문어 독트린이라는 개념은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베네트 총리는 2018년 교육장관 시절 이 용어를 처음 꺼내 들며 "이제 이스라엘이 문어 촉수가 아닌 머리를 겨냥할 때"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란을 강경하게 상대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살해됐을 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2020년 11월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은 직접 실행한 주체로 지목된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전통적으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상대를 타격해왔다.
이스라엘이 이란 정예 혁명수비대를 직접 상대하기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를 우회적으로 공격해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라엘이 보통 이란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때는 우라늄 농축 단지와 같은 핵시설과 핵프로그램에 깊숙이 관여한 과학자가 표적이었다. 이란의 핵무장은 중동 내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인 이스라엘에 극도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스라엘은 이란 내부에 있는 혁명수비대와 해외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 등 정예군을 한층 과감하게 자극하고 있다.
올해 2월 이란 서부에서 드론을 생산해 혁명수비대에 조달하는 공장을 타격했고, 지난달 수도 테헤란에서 쿠드스군 간부를 암살한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이스라엘은 그간 이란에서 벌인 요인 암살이나 시설 타격을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으나 이젠 고위 관계자가 종종 비공개 브리핑을 해 이를 확인하기도 한다.
4월엔 이란 첩보작전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이란이 유럽에서 계획한 3건의 암살 시도를 찾아내 저지했다고 밝혔다.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이 이란 내 작전에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더 과감한 전술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에 이란이 이스라엘의 대담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생각보다 소심하다"고 평가하며 자국이 이란을 직접 타격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이란 강경 전략의 연장선으로 이란의 핵 활동을 막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현재 이란의 경제 상황과 관련, 미국의 제재 완화가 절실할 만큼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강경하게 나온다면 이란의 핵 활동을 무기한 동결할 수 있는 합의가 타결될 수 있다고도 기대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이란이 핵 활동을 축소·동결하는 대가로 서방이 제재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으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복원 협상이 진행중이다.
아울러 베네트 총리는 무기 프로그램과 기술 분야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앞서나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의 더 과감해진 대이란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 잡지에 "이란의 눈을 찌르는 것은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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