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미국도, 유럽도, 아프리카도…바짝 마른 지구촌

입력 2022-06-09 17:30  

한국도, 미국도, 유럽도, 아프리카도…바짝 마른 지구촌
'아프리카의 뿔' 40년만의 최악 가뭄에 아사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9일 우리나라 곳곳에 모처럼 단비가 내려 메말랐던 땅이 생기를 되찾았지만 갈증을 풀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달 3일 기준 최근 6개월간의 전국 강수량(168㎜)은 평년의 절반(49.5%)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달 강수량은 5.8㎜로 평년의 6%에 불과했다.
4일부터 전국 여러 지역에 비가 내리고 있지만 오랜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가뭄은 국내만의 사정은 아니다. 대륙을 막론하고 지구촌 곳곳이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는 삶의 질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식량 재배에도 영향을 줘 일부 지역에선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 40년 만의 대기근 겪는 '아프리카의 뿔'
가뭄으로 가장 큰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은 북동부 아프리카다.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4회 연속 우기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40년 만에 가장 긴 가뭄을 겪고 있다. 주요 작물이 메말랐고, 가축들도 물을 마시지 못해 곳곳에 쓰러진 채 방치됐다.
유엔은 아프리카 북동부 가뭄으로 어린이 200만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미 1천500만명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가축 300만마리가 폐사했다는 게 유엔의 설명이다.
특히 소말리아에서는 20만명 이상이 재앙 수준의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유엔은 추산했다. 현지에선 가축의 3분의 1이 폐사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전 세계 구호자금이 우크라이나로 쏠리는 바람에 이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모금액은 대폭 줄었다. 전쟁의 여파로 밀값과 연료비가 급상승하면서 생활고가 가중됐다.


◇ 미국도 절반이 가뭄…'3년째 몸살' 서부 "잔디에 줄 물 없다"
선진국이라도 물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미국에서도 50개 주 가운데 절반가량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가뭄 상황을 점검하는 기관인 미국가뭄모니터(USDM)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 국토의 49.3%가 가뭄 상태에 있다.
지난달에는 그나마 북서부, 로키산맥 북부와 고원 평원에선 상황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남서부와 서부, 북동부 일부 지역에선 가뭄이 악화했다고 USDM은 전했다.
원래 건조한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은 가뭄으로 3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매년 1∼3월에 연중 강수량 대부분이 집중돼 주민들은 이때 내린 눈·비를 저장했다가 나머지 일 년간 사용한다. 그러나 올 1∼3월 내린 강수량은 최근 100년 새 가장 적었고, 캘리포니아 당국은 올해에도 기록적인 가뭄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남부 캘리포니아의 저수지 수량이 대폭 줄면서 물 공급량은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당국은 전례 없는 야외 급수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LA에서는 야외 물 사용은 주 2회로, 스프링클러 가동은 8분으로 제한된다. 절수 지침 위반자는 최대 600달러(75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당국은 물을 많이 소비하는 잔디 대신 가뭄에 강한 토종 식물을 심거나, 인조 잔디 또는 바위로 정원 조경을 바꿀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집마다 필수품에 가까웠던 천연잔디가 가뭄에 사치품으로 거듭난 웃지 못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 프랑스·인도에서도…먹거리 위협하는 악천후
이외에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은 전세계 밥상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에는 올 들어 이례적으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밀 출하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중순까지 올해 누적 강수량은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작년 가을부터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프랑스 남부도 사정이 비슷해 이 지역의 밀뿐만 아니라 옥수수, 해바라기 등 주요 농작물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 역시 고온건조한 날씨로 밀 생산량이 급감했다. 인도 정부는 밀 수출을 금지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국제 곡물 가격을 밀어 올리는 데 한몫했다.
인도의 3월 평균 기온은 33.1도로, 1901년 기상 관측 이후 1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4월 기온도 35.1도로 관측 사상 4번째로 높았다.
5월 들어서는 대체로 평년 기온을 회복했지만 이미 겪은 악천후의 여파는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가뭄과 같은 기후 충격과 함께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곳곳에 식량위기가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전 세계적인 가뭄은 결국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에 쫓겨 세계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는커녕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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