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세포 항암 기능 강화하는 '기억 T세포' 유형 발견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진, '면역학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면역 항암제는 암 치료에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항암 면역치료의 반응률을 높이는 걸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다.
체내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암 치료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면역계엔 두 가지 유형의 '킬러 세포'가 있다.
하나는 선천 면역계에 속하는 NK세포(일명 '자연살해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킬러 T세포'로 통하는 CD8 양성 T세포다.
이들 킬러 세포는 모두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등을 공격해 제거한다.
지금까지 '보조 T세포'(helper T cell)는 '킬러 T세포'를 돕기만 하는 거로 알려졌다.
그런데 CD4가 표면에 발현하는 특정 유형의 보조 T세포는 NK세포를 자극해 암세포를 더 세게 공격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발견은 항암 면역치료의 약점인 낮은 반응률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 실마리가 될 거로 기대된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과학자들인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면역학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이뮤놀로지'(Journal of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CD4(항원 집단 4)는 보조 T세포, 단핵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의 면역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당단백질 분자를 말한다.
그러니까 CD4 양성 보조 T세포((CD4+ helper T cell)는 표면에 CD4 항원이 나타나는 보조 T세포란 뜻이다.
지금까지 CD4 양성 보조 T세포는, 킬러 T세포에 신호를 보내 암세포나 감염원을 제거하게 하는 거로 알려졌다.
그런데 킬러 T세포와 달리 NK세포는 독소나 외부 물질 같은 항원을 자력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NK세포는 몸 안을 돌아다니며 면역 방어의 첨병 역할을 한다.
몸 안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될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면역세포가 NK세포다.
세포 독성을 지닌 킬러 T세포는 NK 세포가 공격을 개시한 뒤 항원을 인지하고 전투에 가세한다.
킬러 T세포에 대해선 비교적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NK세포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NK세포의 항암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도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CD4 양성 보조 T세포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이 생쥐 모델의 유전자 '노크 아웃'(knock-out) 실험을 통해 찾아낸 건 CD4 양성 보조 T세포의 하위 유형인 '조직 상주 기억 T세포'(tissue-resident memory T cell)다.
이런 '노크 아웃' 실험은 유전자를 하나씩 끄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해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 것이다.
림프액을 통해 이동하는 보통 T세포와 달리 특정 조직에 머무는 이들 기억 T세포는 NK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면역 항암 반응이 시작되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유형의 기억 T세포와 공조한 NK세포는 생쥐 모델의 흑색종과 유방암 세포를 제거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백혈구가 종양 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걸 북돋웠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더 연구해 전임상 동물실험과 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최종 목표는 여러 유형의 암에 효과적인 면역항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