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정상회의 이틀째, 中의 차관 지원 겨냥해 '빚의 덫' 경고
불협화음으로 '반쪽 회의'…"큰 성과 기대 어려워" 평가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중남미 국가와 관계 강화를 위한 이틀째 미주정상회의 일정을 이어갔다.
미국이 28년 만이자 두 번째로 개최한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소원해진 관계를 복원하고 중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날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APEP)을 통해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날은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문제에 방점을 두고 중남미 국가와 환경친화적인 경제 파트너십 구축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였다.
백악관은 아메리카 대륙의 기후변화 달성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5년간 미주개발은행(IDB) 등 4개 개발은행이 500억 달러를 기후금융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카리브해 국가 정상과 회의를 열고 '2030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파트너십'(PACC 2020)을 출범시켰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달성하려는 '중남미·카리브해 재생 에너지'(RELAC) 구상에 기존 15개국 외에 5개국을 새로 끌어들이는 성과도 올렸다.
또 기후변화 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과 정부, 그리고 교육기관을 연결하는 사업과,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의 삼림 보호를 위해 1천200만 달러를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상공회의소 후원으로 열린 '미주 기업인 회의' 연설에서 기업인들이 중남미의 환경 친화형 경제, 전염병 대유행 극복,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민간 부분은 많은 투자 자본을 동원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이 지역의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남미 국가들이 '빚의 덫'에 갇힌 발전과 고도로 투명한 인프라 투자 접근 사이에서 진정한 선택을 내리도록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중국이 인프라 개발을 위해 제공하는 차관이 결국 부채의 구덩이로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미국의 골칫거리인 이민자 문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작성된 초안을 토대로 정상들이 불법 이민을 억제하고 이민자를 수용하는 국가를 지원하는 조처를 포함한 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초안에는 이민자 수용 국가를 위한 금융 수단을 검토하기 위해 은행과 논의하고 이민자의 공공과 민간 서비스 접근을 향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각국이 법집형 협력, 비자, 정보공유를 개선하고 임시 노동자 이주 방식을 확대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994년 첫 미주정상회의를 소집했던 미국이 28년 만에 중남미 지도자들을 다시 한 자리에 초청했지만 애초 의도대로 이들 국가와 끈끈한 유대를 다지는 장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30개국이 넘는 미주 대륙 국가 중 21개국 정상만 참석한 것은 외신이 꾸준히 지적하는 대목이다.
일례로 미국은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정상을 독재자라는 이유로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멕시코 대통령이 이에 반발해 불참하는 등 참여국가를 놓고 시작 전부터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AP통신은 중남미 국가간 부와 지배구조, 국익의 차이는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에서 결성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이들 국가에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왜 더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줄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라이언 버그 선임연구원은 "중남미에서 합의를 찾는 일은 항상 매우 어려웠다"며 "매우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지역이어서 한목소리로 말하는 일은 분명히 어렵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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