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형성 시작되고 500만년 밖에 안 된 시점서 물과 접촉해 형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일본이 지구에서 3억2천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가져온 시료가 지금까지 분석된 태양계 물질 중 가장 원시적이고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태양계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쿄공업대학 지구행성과학 교수 요코야마 테츠야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류구 시료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토대로 이런 결론을 내놓았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발사한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는 탄소질의 C형 소행성인 류구를 탐사하면서 표면에서 약 5.4g의 먼지와 작은 돌 시료를 채취해 지난 2020년 지구로 가져왔다.
이 시료는 하야부사2가 원격 탐사한 것과 색과 모양 등이 일치해 류구 표면을 대표하는 물질로 평가된 상태다.
요코야마 교수 연구팀은 이중 95㎎을 배정받아 전자현미경과 X선 형광분석기(XRF), 열이온화질량분석기(TIMS), 유도결합플라즈마질량분석기(ICP-MS)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광물 및 화학적 성분을 파악하고 동위원소 분석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류구 시료가 1938년 탄자니아 이부나(Ivuna)에 떨어진 'CI 콘드라이트' 운석과 화학적으로 비슷한 것을 확인했다.
이부나 운석으로도 불리는 CI 콘드라이트 운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이 10개가 채 안 되는 희귀 운석이다. 특히 칼슘 대비 나트륨과 황 비율 등 무거운 원소의 구성이 태양 표면에서 측정한 것과 가장 유사해 약 46억년 전 태양계 초기의 형성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CI 콘드라이트의 C는 탄소질, I는 이부나, 콘드라이트는 석질운석임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망간-53과 크로뮴-53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류구 시료가 태양계 형성이 시작되고 약 500만 년 밖에 안 된 시점에서 얼음이 녹은 물과 접촉해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물은 이후 증발했지만 물과 접촉해 화학적으로 변화된 광물은 시료에 그대로 남았다.
연구팀은 이부나 운석이 류구 시료에는 없는 황산염을 갖고 있고 훨씬 더 많은 양의 물을 갖고 있는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운석이 대기권에 진입하고 수십 년간 지구환경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변화됐거나 운석을 다루는 과정에서 오염된 결과인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새러 러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는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 잘 통제된 방식으로 물질을 가져오는 미션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도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채취한 시료를 갖고 귀환 중이며, 내년 9월 24일 유타주 사막에 이를 떨굴 예정이다.
NASA는 베누가 CI 콘드라이트 운석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돼 탐사 대상으로 삼았다.
오시리스-렉스의 현장 관측에서는 베누가 류구보다 더 많은 물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류구 시료가 이미 CI 콘드라이트 운석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베누 시료는 류구와는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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