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약 10%씩 커미션 의혹도 받아…경제 위기 초래 책임은 부인
대통령 동생으로 정권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 출신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스리랑카 대통령의 동생이자 경제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지목되던 바실 라자팍사(71) 전 재무부 장관이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10일(현지 시간) 이코노미넥스트 등 스리랑카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바실 전 장관은 전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오늘 이후 정부의 어떤 활동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의회에 들어왔지만 이제 더는 재무부 장관이 아니다"라며 "의원으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정계를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작년 7월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민심이 흉흉해지자 바실 전 장관을 비롯해 차말 관개부 장관, 나말 청년체육부 장관 등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은 다른 장관들과 함께 지난 4월 일제히 사퇴했다.
당시 바실 전 장관은 정부 관련 각종 계약에서 10%씩 커미션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미스터. 텐 퍼센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특히 국민 다수와 야권은 스리랑카의 경제가 무너진 데에는 바실 전 장관의 부정부패와 무능한 정책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실 전 장관은 이에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는 (경제적)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며 재무부를 맡았을 때 이미 위기가 도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4월 내각 총사퇴에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던 라자팍사 가문의 '좌장' 마힌다 총리도 지난달 초 사임했다.
현재 정부 고위직에는 라자팍사 가문 중 고타바야 대통령만 남은 상태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역시 대통령을 역임했던 마힌다 전 총리의 동생이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중국과 벌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으로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벼랑 끝에 몰린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4월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달 18일부터는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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