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음성 접속 등에 내부 반발…사측, '의무'→'권고'로 한발 물러서
일각에서는 경쟁사 네이버와 비교하며 직원과 소통 부족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할 새 근무제를 놓고 한바탕 몸살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원격·재택 근무를 전면적으로 실시했던 카카오가 '일상 회복'에 따라 사무실 근무를 늘려 나가면서 카카오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출근 제도와 최근 2년여간 적용된 재택 근무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고 하고 있으나, 카카오의 경우엔 내부 진통이 특히 컸다.
갈등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30일, 카카오가 기존의 원격 근무를 대신해 '메타버스 근무제'를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였다.
이는 가상의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근무 방식으로, 직원들이 음성 채널에 실시간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특정 시간(오후 1∼5시)에는 집중적으로 근무하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카카오는 아울러 '주 1회 대면 회의'도 의무 사항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은 직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근무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내부에서 나온 것.
특히 원격 근무를 하더라도 음성 채널에 실시간 접속하도록 한 부분은 '감시 논란'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집중 근무 시간을 고정해 놓은 것도 유연 근무제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불만에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발표 바로 다음날인 5월 31일 세부 사항 일부를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일주일여가 6월 8일 카카오는 일부 사항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의무 사항이었던 음성 채널 실시간 접속과 주 1회 대면 회의를 권장 사항으로 바꾼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집중 근무 시간도 당초보다 1시간 줄어든 오후 2∼5시로 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사측이 2주에 한 번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격주 놀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가로 제시하면서 논란은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을 두고 일각에서는 IT업계 경쟁사인 네이버와 비교하기도 한다.
네이버 역시 7월부터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사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 뒤 새 제도를 확정했고, 큰 잡음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주 3일 출근'과 '전면 재택 근무' 가운데 원하는 근무체제 유형을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실시하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반면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하기 전에 사원들과의 소통이 불충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2년 간 카카오 계열사들이 경험한 다양한 원격 근무 사례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 차례 워크숍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근무 방식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 근무제를 일부 수정하겠다는 내부 공지를 계기로 사측이 직원들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직원들이 내부 게시판에서 댓글을 다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며 "'어디서' 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세부 사항을 검토해 다음 달 메타버스 근무제 운영에 들어가고, 그 후에도 의견 청취를 계속해 실행 방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