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31명 비행기로 르완다 송출 예정…인권단체 중단 요청 기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국 정부가 불법 이주자를 르완다로 '송출'하겠다는 방안에 일단은 법원이 파란불을 켜줬다고 로이터·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영국 고등법원은 이달 14일 예정된 불법 이주자의 르완다행을 막아달라며 인권단체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 조너선 스위프트는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이 이민 결정을 적용하는 데 중요한 공공 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불법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협약에 따라 오는 14일 첫 번째 그룹인 31명을 비행기에 실어 보낼 예정이었다.
난민단체에 따르면 여기에는 영불해협을 통해 영국에 도착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포함된다.
이들 단체는 르완다로 옮겨지는 난민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법원은 일부 위험성을 축소 평가하며 추측의 영역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오자 보리스 존슨 총리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인신매매범들이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놔두면 안 되고 (르완다와의) 세계 최고의 파트너십은 이러한 무자비한 범죄자들의 사업 모델을 깨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난민 행렬의 배후에 인신매매 조직이 있을 가능성에서다.
다만 법원이 이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날 결정이 정부의 완전한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국은 4월 르완다에 불법 이주자를 보내는 내용으로 협약을 맺었고, 그 대가로 1억2천만 파운드(약 1천900억원)를 선불로 지급했다. 적용 대상은 1월 1일 이후 영국에 불법으로 도착한 사람이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정책이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넘어오는 이주민 행렬을 억제하고 밀입국 조직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유엔인권기구와 인권단체는 이 협약이 국제난민협약을 위반하고 르완다의 인권 수준이 열악해 추방되는 이주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 정부는 자국 내 언론을 강력히 통제하고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는 등 인권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국도 과거 르완다의 인권침해를 제기했으나 르완다와 난민 이송 협약 후 입장을 180도 바꿨다. 존슨 총리는 이와 관련, 르완다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과거 이스라엘도 망명자를 르완다를 보내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2018년 이스라엘 대법원이 유엔 난민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며 막아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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