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예배 후 인도·방글라·파키스탄 등서 거리로 나서
인도선 투석 등 경찰과 충돌…"경찰 발포 등으로 사망자 발생"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아시아의 무슬림들이 인도 집권당 인도국민당(BJP) 인사의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모욕 발언'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1일 외신과 인도 매체를 종합하면 전날 무슬림들은 여러 도시에서 거리로 쏟아져나와 이번 발언과 함께 인도 정부를 비난했다.
BJP 대변인 누푸르 샤르마는 지난달 말 TV 토론에서 무함마드와 그의 세 번째이자 가장 어린 아내인 아이샤의 관계를 언급하며 논란성 발언을 했다. BJP 델리지부 미디어 책임자도 비슷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중동 국가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무슬림 국가들은 앞다퉈 자국 주재 인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규탄 입장을 냈다.
이슬람권에서는 무함마드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것에 대해 신성모독으로 여기며 엄격히 금할 정도로 민감하게 여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BJP는 샤르마의 직위를 해제했고 모든 종교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델리 경찰은 종교적 정서를 훼손하고 분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샤르마를 입건했지만 무슬림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양상이다.
금요 예배가 열린 10일에는 샤르마에 대한 비난 분위기가 아시아 무슬림 전반으로 크게 확산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자마 마스지드 모스크(이슬람사원) 앞에 대규모 군중이 모여 샤르마를 규탄했다.
예배 후 거리로 나선 무슬림들은 샤르마의 인형을 불태우거나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자르칸드주 주도 란치, 우타르프라데시주 프라야그라지 등 인도의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 등을 쏘며 대응했고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200여명이 체포됐다.
NDTV는 란치에서 발생한 시위로 2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콜카타에서는 한 경찰이 한 여성을 향해 발포해 사망하게 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더힌두는 전했다.
인도에서는 이례적으로 무슬림 인구가 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카슈미르에서도 여러 곳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를 믿는 방글라데시에서도 수도 다카 등에서 10만명이 넘는 무슬림이 운집, 인도와의 단교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 중 한 명인 아마눌라 아만은 AFP통신에 "우리는 인도 정부 관리가 우리의 예언자를 모욕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사형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도 대도시 라호르 등에서 수만명의 무슬림이 인도 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사인 이르판 리즈비는 예언자 문제는 우리에게 '레드 라인'이라며 "인도인이든 누구든 이에 대해 이슬람교 옹호자들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인도 대사관 앞에서 무슬림 수십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슬람권에서는 2020∼2021년에도 무함마드 신성모독과 관련한 시위가 거세게 일기도 했다.
당시 시위는 프랑스에서 공개된 무함마드 풍자만화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옹호성 발언 등으로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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